중·고생 함께 정신건강·학업부담 해법 논의
금천구 ‘청소년의회’ 11년째 지속
대학생 멘토, 목표설정·관리 지원
“고함량 카페인으로 인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요. 수면 부족으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그 스트레스로 집중력이 저하됩니다. 그러면 학업 스트레스가 가중되고요.” “경기도는 고카페인 제품을 판매하는 학교 매점을 신고하면 상품권을 준다고 해요. 유사 제도를 도입하고 감찰을 강화해야 합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서울시립금천청소년센터 지하 1층이 회의실로 깜짝 변신했다. 제11대 청소년의회 의원들이 6차 정례회를 열고 학생 건강증진 관련 토론을 이어간다. ‘정신건강상임위’와 ‘학업부담상임위’ 위원들이 한데 모여 지난 정례회 이후 각자 조사한 내용과 학교 현장에서 찾은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26일 금천구에 따르면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청소년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고 책임 있는 참여 주체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청소년의회’가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제적 시각과 토론 역량을 키우는 ‘모의 유엔’ 중심이던 지난해까지와 달리 올해는 청소년이 직접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실질적인 의정활동을 체험하는 형태로 진화됐다.
지난 1월부터 청소년 의원을 희망하는 중·고교생 20명을 선발했다. 의정활동을 도울 대학생 멘토단 ‘유스 링크(Youth Link)’도 모집했다. 총 5명이 후배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구는 의원수첩을 제작해 활동 기록을 남기며 청소년과 멘토가 함께 목표 설정과 관리를 하도록 했다.
의원 연수회에서 의회 기능과 아동 4대 권리 등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은 지난 3월 1차 정례회에서 선거권 교육에 이어 의장단을 선출하고 개별 의정활동 계획을 공유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달 6차 정례회까지 이어오며 상임위별 제안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청소년 정신건강 증진과 학교폭력 예방, 과도한 학업 부담과 카페인 소비 문제 개선을 위한 정책·조례 발굴이다. 금나래·홍보 두 특별위원회는 청소년의회 기반 마련을 위한 회칙과 근거 조례 검토, 의회 홍보활동 전반에 대한 기획을 각각 하고 있다.
금천구 전체 청소년 활동에도 동참한다. 구와 의회를 비롯해 청소년문화의집 교육복지센터 등 7개 분야 24개 기관이 참여하는 청소년성장지원협의체가 대표적이다. 축제 정책공론장 연합체육대회 어울림마당 등 청소년이 주도하는 공동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참여예산 심의에 참여해 청소년 관련 예산을 살펴보는가 하면 아동의회 지원도 한다.
정효림(광신방송예술고 1) 의장은 중학교 2학년부터 3년째 활동 중이다. 그는 “의원 활동이 결과물로 이어지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며 “금천구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의회 활동과 외부 촬영 봉사로 지난달 서울시민상 봉사·협동분야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4년째 활동 중인 승민정(동일여고 1) 의원은 “기획·홍보를 경험하면서 진로가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며 “소중한 경험이라 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제1회 도박문제예방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청소년 부문 대상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두 청소년은 대학생 멘토가 돼 후배들을 지원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금천구 청소년의회는 8월까지 상임위별 제안을 구체화한 뒤 외부 자문과 제안서 보완을 통해 10월 의정보고회에서 조례안과 사업제안서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연말에는 평가회의를 열어 올해 활동을 돌아보고 내년 의원 선발 방식과 기준, 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천구 관계자는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주체로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길 바란다”며 “청소년들 다양한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