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의 ‘기능인’과 공법의 ‘기술인’, 다른 역할 규정 필요하다

2026-06-26 13:00:04 게재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야

흔히 건설현장은 거대한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수많은 구성원의 능력이 오롯이 발휘돼야 작품이 완성된다. 건설현장에서는 기술인과 기능인이 협연한다. 기술인이 공법과 도면으로 방향을 제시하면, 기능인은 거푸집을 짜고 철근을 묶어 물리적 실체를 구현한다. 전체 시공계획은 직종별 세부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따라서 현장의 총지휘는 기술인이 담당하되, 전문공사 분야별 파트장은 기능인이 맡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현재 현장대리인(현장소장)과 건설업체 설립요건 등은 전문공사 분야별 파트조차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기술인 위주로 짜여있다.

◆기능인 소외, 하자·부실 초래 = 실제로 도면과 현장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도면의 취지와 현장 상황을 비교해 도면을 수정하고 시공해야 하는데 많은 시공경험이 필요하다. 현장대리인의 지위와 권한이 숙련 기능인에게 있다면 대처가 가능하지만, 시공경험이 적은 기술인에게 있다면 도면만을 고집할 경우 기능인의 의견은 묵살되기 쉽다. 조감도가 화려한 새건물에 물이 새고 금이 가며 심지어 무너지기도 한다.

현장의 실상을 가장 잘 아는 전문건설업체는 하자와 부실을 막기 위해 시공경험이 많은 베테랑 기능인을 현장소장으로 앉힌다. 그러나 기능인 대부분은 기술인 위주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실제로 골조소장연합회 설문조사 중 70%의 현직 현장소장이 ‘무자격’이다. 이는 자격 없는 기능인이 억지로 소장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기술인의 잣대를 기능인에게도 들이대는 지금의 제도가 부당하다는 방증이다. 독일에서도 전문공사의 소장과 관리자는 기능인 출신 폴리어 또는 마이스터가 맡고 있다.

◆낡은 인식 깨고 ‘기능인 고유 역할’ 규정해야 = 이제 기능인에게 적합한 잣대를 만들어 걸 맞는 등급과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 시도가 2021년 5월에 시행한 기능등급제다. 경력·자격·교육훈련·수상 등을 종합 환산해 직종별 기능등급을 부여하는데 단연 핵심은 ‘경력’이다. 옥외생산에선 작업환경이 매번 달라져 시공경험과 손끝기술을 완성하는 데 오랜 세월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임금함수를 회귀분석해 봐도 숙련도를 대표하는 임금수준은 경력에 따라 뚜렷하게 차등화 된다.

일각에서는 기능인의 ‘관리능력 부족’을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관리자 교육과정’ 이수를 의무화하면 해결된다. 2022년 시범사업을 통해 긍정적 평가와 함께 활용방안의 법제화가 시급함을 확인한 바 있다.

‘노가다’라는 뿌리 깊은 무시와 기술인과 기능인을 상하관계로 보는 낡은 인식을 깨야 한다. 오로지 현장 특성에 따라 기술인 또는 기능인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협연으로 품질과 안전 그리고 젊은 내일을 완성할 수 있다.

심규범 건설고용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