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3년 만에 4%, 소비는 둔화

2026-06-26 13:00:04 게재

AI 투자, 미국 성장 떠받쳐 … 연준 금리 판단 더 복잡해져

5월 13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월마트(Walmart) 매장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요시하는 물가지표가 3년여 만에 4%를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간)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2.1%로 상향 조정됐지만 소비 증가세는 크게 둔화해 미국 경제가 고물가와 내수 약화라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25일 5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4.1% 상승했다고 밝혔다. PCE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02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 대비로는 0.4% 올랐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해 2023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3%였다. 전체와 근원 PCE 모두 연준의 물가 목표인 2%를 크게 웃돌았다.

고유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지만 서비스 부문의 물가 압력도 이어졌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데다 5월 개인소비지출이 전월보다 0.7% 늘면서 미국 경제가 높은 물가 속에서도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전 분기 대비 연율 2.1%로 집계됐다. 앞서 발표된 잠정치 1.6%보다 0.5%p 상향됐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들은 성장률이 1.6%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0.5%였다.

성장률 상향은 소비재와 자본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당초 추산보다 적었던 데 따른 것이다. 수입은 GDP 산정 과정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수입 감소는 성장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 증가율은 기존 1.4%에서 0.5%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금융 서비스와 보험, 해외여행 등 서비스 지출이 당초 추산보다 부진했다. 지난 1분기 주가 하락으로 주식 거래와 자산관리 관련 지출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지출과 무역, 재고를 제외해 민간 부문의 기초 수요를 보여주는 민간 국내 최종판매 증가율도 종전 2.4%에서 1.7%로 낮아졌다. 마켓워치는 소비 증가율이 4년 만에 가장 낮았다며 GDP 상향만으로 경제 체력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내수 확대보다 수입 감소에 따른 통계적 효과가 성장률 상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투자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장비 투자는 연율 15.8% 증가했고,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 등을 포함한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는 13.8% 늘었다.

기업이익은 1분기 744억달러 증가해 종전 추산치 404억달러보다 상향됐다. 소득 측면에서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국내총소득(GDI) 증가율도 0.9%에서 1.2%로 높아졌다. GDP와 GDI의 평균인 국내총산출 증가율은 1.3%에서 1.7%로 수정됐다.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지표에서 서비스 물가가 둔화한 점은 희망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다만 근원 물가는 여전히 지나치게 높고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향후 금리 경로를 판단하려면 추가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PCE 발표 직후 금융시장에서는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다소 누그러졌다. 물가 수준은 높았지만 시장 예상 범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로이터가 25일 외환시장 마감 무렵 집계한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30%, 9월 인상 가능성이 62.1%로 반영됐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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