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연체자 11만명 추심 부담 던다
새도약기금, 장기연체채권 1조 매입
제네시스 제외한 45개 유동화회사와 협의
7년 이상 장기 연체 늪에 빠져 있던 취약계층 11만명의 채권 1조원어치를 정부 ‘새도약기금’이 매입해 정리한다. 이에 따라 해당 채무자들은 추심에서 벗어나고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빚은 별도 심사 없이 전액 소각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9개 주요 유동화회사 출자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동화회사 새도약기금 대상채권 매입협의 결과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에서 보유·투자·관리 중인 부실채권(NPL) 유동화전문회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둔 유동화전문회사는 총 167개사, 전체 연체채권 규모는 5조980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6개 유동화회사가 ‘원금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연체’된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 채권 1조572억원(개인 기준 11만3000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카드대란 때 설립된 상록수 7235억원과 케이비스타 2817억원, 제네시스 258억원 등 상위 3개 유동화회사가 전체 대상 채권의 97%를 차지했다.
캠코는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을 가진 46개사 중 ‘제네시스’를 제외한 45개 유동화회사와 총 1조314억원 규모의 채권 매입 협의를 끝마쳤다. 새도약기금은 규모가 큰 상록수와 케이비스타를 포함한 4개사의 채권 1조56억원은 이달 말에 우선 매입하고 나머지 41개사의 채권 258억원은 오는 7월 말까지 매입을 완료할 예정이다.
새도약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즉시 해당 채무자에 대한 모든 추심 활동은 전면 중단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연금을 받는 중증장애인, 생활조정수당이나 생계지원을 받는 보훈대상자 등 사회 취약계층의 채무는 상환능력 심사 과정 없이 곧바로 소각 처리된다.
그 외 채무자에 대해서는 정밀한 상환능력 심사를 거쳐 개인파산 수준으로 능력을 상실한 경우 1년 이내에 소각하고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이들에게는 맞춤형 채무조정을 지원한다. 이번 조치로 약 10만8000명이 추심과 연체이자 부담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아직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제네시스’와 지속해서 매입 협의를 이어 나가는 한편,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설립돼 23년간 추심·회수 활동을 해온 ‘상록수’의 잔여 채권(채무조정 중인 채권 등 약 1300억원)도 조속히 캠코에 매각한 뒤 회사를 최종 청산할 계획이다. 동시에 부실채권 유동화시장 전반에 대한 감시와 감독의 고삐도 조인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체채권의 유동화를 금지해왔으나 지난해 5월 저축은행 등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제한적으로 유동화 방식을 허용한 바 있다.
금융위는 “유동화 시장은 자금시장 여건에 따라 시장과열 가능성이 있고 특히 부실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경우 부실채권 가격 상승과 과잉추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시장동향 점검과 필요시 제도개선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