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이버도박 ‘공급망’까지 겨눈다
상반기 단속서 1000억원대 범죄수익 환수보전
경찰이 올해 상반기 사이버도박 집중단속으로 1000억원대 범죄수익을 환수보전했다. 하반기에는 불법 도박사이트 제작·공급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확대한다. 운영조직을 검거해도 동일한 기술 기반의 유사 사이트가 반복 개설되는 구조를 차단해 범죄 생태계 자체를 해체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7개월간 사이버도박 집중단속을 벌여 1746건, 231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54명을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범죄수익 1072억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7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번 단속은 해외에 거점을 둔 대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검거와 범죄수익 환수에 초점을 맞췄다. 경찰은 외제차와 예금채권 등 은닉 재산까지 추적해 조직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특히 경찰은 이번 단속을 계기로 도박사이트 공급망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압수한 관리자 페이지와 피의자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다수의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동일한 기술 기반 플랫폼을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 경찰은 사이트 운영 방식과 프로그램 구조 등을 토대로 이를 전문적으로 제작·공급하는 조직이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제작·공급 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경남경찰청은 베트남에 사무실을 두고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도메인과 운영계좌를 수시로 변경하며 1조31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을 적발해 63명을 검거하고 총책 등 5명을 구속했다. 범죄수익 387억원은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 제주경찰청도 베트남과 국내를 오가며 3395억원 규모의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 17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하는 등 해외 거점 조직 단속 성과를 거뒀다.
국제공조도 확대됐다. 경찰은 필리핀과 캄보디아 등으로 도피한 피의자 75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도박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15명을 국내로 송환해 구속했다. 하반기에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와 관계기관 공조를 통해 해외 총책 검거와 국내 송환을 이어갈 계획이다.
검거된 피의자는 30대가 24.7%로 가장 많았고, 20대(23.6%), 40대(22.1%), 50대(12.9%), 10대(10.3%), 60대 이상(6.4%) 순이었다. 20~30대는 불법 스포츠도박 이용 비중이 높았고, 50대 이상은 경마·경륜·경정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10대 피의자는 256명으로 전체의 10.3%를 차지했다. 경찰은 소액 도박을 하거나 초범인 청소년에 대해서는 입건 대신 청소년선도심사위원회와 전문 상담기관에 연계하고, 오는 8월 말까지 자진신고 기간 운영과 예방교육을 병행하는 등 재범 방지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박우현 경찰청 사이버수사심의관은 “사이버도박은 막대한 범죄수익을 기반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진화하는 초국경 범죄”라며 “하부 조직원 검거에 머무르지 않고 총책과 도박사이트 공급업자를 적극 검거하고 범죄수익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