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손해금 환송심’…조정 결렬
한화투자증권-원고들, 지연손해금 계산 평행선
서울고법, 조정안 제출 요구 … “강제조정 검토”
2018년 발생한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배상 책임이 확정된 후 열린 파기환송심 첫 조정 절차가 금융회사 간 이견으로 결렬됐다. 쟁점인 지연손해금 산정 방식을 놓고 원고와 피고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건은 본안 심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2-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현대차증권·부산은행·BNK투자증권·KB증권·하나은행이 한화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조정기일을 열었지만 ‘조정 불성립’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조정은 대법원이 지난 4월 30일 지연손해금 부분만 일부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사건은 2018년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중국 에너지기업인 CERCG의 계열사 CERCG캐피탈의 외화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CP 1645억원어치를 발행한 뒤, 계열사의 채무불이행으로 투자금이 교차부도 처리되면서 시작됐다.
이를 매입한 현대차증권(50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등의 투자기관들은 주관사가 실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했고, 2심은 피고들의 책임을 50%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책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에 따른 지연손해금 산정 부분만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조정기일에서는 파기환송 대상인 지연손해금 계산 방식을 두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증권은 가지급금을 모두 충당하고도 추가로 48억원의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며, 이후 발생한 이자까지 합치면 약 68억원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투자증권측은 이미 지급한 가지급금을 반영하면 추가 부담은 2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부산은행과 하나은행도 “상고심 취지에 따라 2018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대법원과 같은 취지의 판단을 요구했다.
반면 피고측은 “상고심 장기화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이자가 증가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조정 과정에서 이를 반영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판결로 가면 지연손해금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며 자율적인 합의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제조정을 할 경우에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본안 판단을 전제로 금액만 정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사건이 본안으로 진행되면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화투자증권 등 피고측은 내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합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조정은 불성립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양측에 조정안을 신속히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강제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