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인공지능 전환’…일하는 방식 싹 바꾼다

2026-06-30 13:00:0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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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생존 걸린 과제” … 유통·식품·건설 넘어 실물형 인공지능까지 확대

인공지능(AI)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롯데그룹이 전사적인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경영과 업무, 고객 서비스, 생산 현장까지 인공지능을 접목해 기업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3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인공지능 전환을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최고경영진이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50여 명과 함께 이틀간 인공지능 교육에 참여했다. 기술 동향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경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례와 실행 방안을 공유하는 실무 중심 교육이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 전환은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 걸린 과제”라며 “최고경영자가 먼저 변화해야 조직 전체의 변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임직원보다 최고경영자 교육을 먼저 실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새로운 기술은 최고경영진이 먼저 이해하고 활용해야 조직 전체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직원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사진 롯데지주 제공

교육은 최고경영자에서 끝나지 않는다. 롯데는 연말까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업무도우미(AI 에이전트) 활용 교육을 진행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맞는 인공지능 업무도우미를 직접 만들고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보고서 작성과 자료 조사, 데이터 분석, 회의록 작성처럼 반복적인 업무는 인공지능이 맡고 직원들은 기획과 전략 수립, 의사결정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에 집중하도록 업무 체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외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도 그룹 전반에 도입한다. 특정 부서만 사용하는 업무 도구가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활용하는 공통 기반시설로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 전환은 이미 고객과 만나는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고객과 직원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통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를 비롯해 모두 13개 언어를 지원해 해외 관광객의 쇼핑 편의를 높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선식품 품질을 관리한다. 적외선 장비로 당도를 측정한 뒤 인공지능이 내부 상태와 익은 정도, 수분 함량 등을 함께 분석해 일정 기준 이상의 상품만 판매한다. 사람의 경험에 의존했던 선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꾼 사례다.

식품 계열사도 인공지능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자사 온라인몰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연계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과자나 음료를 질문하면 제품 추천은 물론 행사 정보와 구매 경로까지 안내한다.

전자상거래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롯데온은 고객의 취향과 상황을 반영해 상품을 추천하는 ‘패션 인공지능’ 기능을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명을 검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휴양지 원피스” “출근용 블라우스”처럼 자연스럽게 질문하면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하고 관리 방법까지 알려준다.

롯데멤버스도 생성형 인공지능과 엘포인트 서비스를 연계했다. 이용자는 별도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포인트 사용처와 혜택, 행사 정보를 대화 형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건설 현장에서도 인공지능은 안전관리 역할을 맡고 있다. 롯데건설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건설 전문 용어를 반영한 다국어 번역 체계를 구축했다.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등 20개 언어를 지원해 안전교육과 작업 지시의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롯데의 인공지능 전략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실물형 인공지능(피지컬 AI)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물형 인공지능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판단 능력과 로봇 기술을 결합한 형태다. 문서를 작성하고 정보를 분석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람과 함께 실제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자체 인공지능 기반인 ‘아이멤버’를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로이’를 개발했다. 로이는 고객 안내와 상품 설명, 매장 응대 등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세븐일레븐 미래형 매장에서 고객 응대 업무를 맡고 있으며, 올해 열린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런 행사에서는 계단을 직접 오르며 균형 유지와 환경 인식 기술을 시험했다. 참가자 안내와 기념사진 촬영에도 활용됐다.

롯데이노베이트는 앞으로 로봇 서비스(RaaS)를 본격 상용화해 유통과 물류, 서비스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롯데의 인공지능 전환이 단순한 정보기술 투자보다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고경영진 교육부터 현장 실무, 고객 서비스, 로봇 활용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며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롯데는 앞으로 인공지능 업무도우미와 실물형 인공지능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해 사람과 인공지능이 함께 일하는 업무 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이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사업과 고객 경험을 만들어내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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