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권, 50조원 규모 소비세 감세 사실상 확정

2026-06-30 13:00:01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내년 4월부터 식료품 대상 2년 한시적 조치

야당·언론·자민당 일부, 추가 재원대책 우려

일본 정부가 한시적으로 일부 품목 에 대한 소비세를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올해 2월 중의원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건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를 2년간 없애기로 하면서 막대한 추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로 사회보장과 관련한 지출에 활용하던 소비세 감세로 의료와 복지 등에 대한 재원 마련 등이 쟁점이다.

◆고물가대책 일환 소비세 감세 = 일본 정부 자문기구인 ‘사회보장국민회의’는 최근 실무자회의를 열고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1%로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기간은 정부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소비세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원천 징수되는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간접세로 세율은 10%이다. 다만 이번에 세율을 인하하기로 한 식료품에 대한 세율은 현재 8%이다.

국민회의는 집권 자민당을 비롯해 연립여당인 ‘일본 유신회’와 중도개혁연합과 국민민주당 등 야당, 전문가 그룹 등이 참여하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기구 성격을 갖는다.

회의에서는 당초 관련 세율을 0%로 추진했다. 하지만 완전 감세를 하면 슈퍼 등 현장에서 단말기를 개량하는 데 1년 넘는 시간이 걸려 세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했다는 설명이다.

실무자회의 의장을 맞고 있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조기에 감세를 실현하기 위해 세율을 1%로 하고, 나머지 1%에 해당하는 연간 6000억엔(약 5조7000억원) 가량은 ‘소득과 연동한 현금 급부’로 보완해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0% 효과를 내게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 감세 조치로 연간 식료품 소비세 약 5조엔(약 48조원) 가량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일본 정부 세입예산에서 소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1.8%(26조7000억엔)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문제는 세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외식업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현재 소비세 10%인 외식업계는 식료품 세율(-8%)만큼 가격이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외식비가 비싸져 소비자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오치아이 다카유키 중도개혁연합 정조회장은 “피해 업종 종사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지원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따라서 소비세 인하로 미치는 파장은 세수의 직접적 감소만이 아니라 피해를 입는 업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추가적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2일 “시행하고 2년 후에는 원래대로 되돌릴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2029년 실시 계획인) 소득과 연동한 세액공제와 현금급부의 통합 제도를 실시하기 전까지 징검다리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감세 조치에 따른 정부 차원의 적자국채는 발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노데라 의장은 26일 실무자회의에서 “식료품 소비세를 1%로 인하하기 위한 재원은 적자국채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종 보조금과 조세특례의 재검토, 세외 수입을 재원으로 삼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추가 재원대책 우려 = 다카이치 정권의 소비세 감세에 대한 우려가 크다. 야당은 물론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은 최근 오부치 유코 자민당 의원이 지난 17일 당 세제조사회 간부직을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의원은 “선대 정치인들의 뜻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사임의 이유를 밝혔다. 다케시다 노보루, 오부치 게이조 등 역대 자민당 출신 총리가 단계적으로 세율을 높인 소비세를 없애는 것에 대해 반대의 뜻으로 사임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식료품에 부과된 8%의 소비세를 1%로 인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슈퍼마켓의 식료품 구매대에 놓인 과일. 사진 출처 RKB마이니치방송 유튜브채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역대 자민당 정권이 국민의 반발에도 사회보장제도의 안정화를 위해 인상해 온 소비세를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보인다”며 “오부치 의원은 감세와 같은 규모의 재원을 보조금으로 돌리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야당도 반대에 나섰다. 후루가와 모토히사 국민민주당 세제조사회장은 “감세에 따른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굳이 식료품 소비세를 1%로 낮춰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국민 여론도 부정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최근 조사에 따르면 소비세 감세에 따라 사회보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불안함을 느낀다’는 응답이 57%로 ‘불안하지 않다’(38%)는 답변을 웃돌았다. 세대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불안함을 느낀다’(66%) 답변이 20~30대(42%) 등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특히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불안하다는 응답이 59%로 압도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당초 고물가 대책으로 내놓은 소비세를 낮춰도 식료품 소매업체는 엔화 약세와 중동전쟁 등을 배경으로 비용이 증가한 만큼 가격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며 “사회보장의 안정적인 재원인 소비세를 줄이면 대체 재원의 방식과 제도의 불안정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소비세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 개편안은 조만간 국민회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해 내각 결정 등의 과정을 거쳐 올해 연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연립여당은 중의원에서 의석 3/4을 확보하고 있지만, 참의원은 과반수에 미달해 법안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각종 지원책을 추가할 경우 세출이 더 늘어나고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동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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