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초격차’ 승부수…서남권에 새 팹 짓는다
각각 400조원 투입, 2기씩 4기 건설
10년간 4755조원 투자 ‘미래 산업 육성’
삼성과 SK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폭증하고 있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남권에 새 반도체 공장(팹)을 짓기로 했다. 또 10여년간 AI데이터센터, 피지컬AI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양사 합해 4755조원(삼성 2655조원, SK 2100조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대한민국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9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투자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이날 이 회장은 “기흥 화성 평택에 이어 용인 국가산단의 투자일정이 많이 빨라졌고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할 시점도 앞당겨졌다”며 “많은 인센티브 지원이 기대되는 광주를 후보지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HBM 팹은 천안 온양 등 충청권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이 AI를 소비하는 나라에서 AI를 수출하는 나라로 전환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며 “SK는 AI를 통해 대한민국의 성장에 동참하고, 글로벌 AI 생태계를 주도해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삼성 "대한민국을 최첨단 산업 클러스터로 조성" = 이날 삼성은 설명자료를 통해 “AI 시대, 상상 초월한 속도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고 대한민국을 글로벌 최첨단 산업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호남 충청 영남 등 각 지역 특성에 맞는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우선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 확대에 조기 대응하기 위해 잠재력이 풍부한 호남에 총 425조원(반도체 400조원)을 투자한다.
광주에는 삼성전자가 신규 반도체 팹을 건설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 혁신 허브를 구축한다. 해남에는 삼성SDS 주도 컨소시엄이 소버린 AI 인프라 확보를 위해 해남 솔라시도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호남에 태양광 발전 설비, 원전 기반 수소 생산시설, 그린수소 연구개발(R&D)을 위한 실증단지 조성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전북 고창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최첨단 물류 센터를 건설한다.
충청권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이 HBM 팹,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등 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140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천안·온양에 56조원을 투자해 최첨단 HBM 팹을 구축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67조원을 들여 차세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 삼성SDI는 천안에 차세대 배터리의 글로벌 마더 팩토리를 조성하고, 삼성전기는 세종에 최첨단 AI 서버용 패키지 기판 라인을 구축한다.
영남에는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등이 주력 제조업에 AI를 적용하는 인공지능전환 로봇전환(AX·RX) 중심으로 6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구미에 스마트폰 글로벌 제조의 혁신 허브 역할을 할 마더팩토리와 함께 피지컬AI·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구미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부산을 차세대 IT 기기 및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최첨단 패키지 기판 생산 투자를 확대한다.
이 외에 울산에는 삼성SDI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와 기업용에너지저장장치(BESS)에 들어가는 배터리 투자를 확대한다. 거제에는 삼성중공업이 최첨단 고부가가치선 건조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SK “AI 소비국서 수출국으로”= SK그룹도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최 회장이 밝힌 대한민국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국 단위 AI 인프라 투자계획을 설명했다.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기지 등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전국에 구축해 대한민국을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SK는 우선 SK하이닉스를 통해 총 110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전략을 마련해 용인-청주-호남권을 잇는 AI 메모리 생산 벨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당초 2045년 완공 예정이었던 용인 클러스터는 일정을 12년 앞당겨 2033년까지 4번째 팹 건설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투자가 집행되면 용인클러스터에는 지난해 발표된 대로 총 60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청주는 낸드플래시 증산을 위한 투자를 앞당긴다. 이곳에는 약 100조원을 투자해 낸드 신규 팹 건설과 생산장비 도입 등 시설 투자를 진행한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 후공정을 담당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 등도 강화할 예정이다.
SK는 참고자료에서 SK하이닉스의 호남권 신규 반도체 팹 건설에 대한 배경도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확산으로 급증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또 하나의 대형 거점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전력·용수 등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조건을 충족할 것으로 기대되는 서남권을 차세대 생산거점으로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호남권 새 팹 건설을 위홰 부지 확보와 팹 건설, 생산설비 도입 등을 포함해 총 약 400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SK그룹은 이날 SK텔레콤을 주축으로 약 1000조원 투자해 총 15기가와트(GW) 규모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우선 1단계로 전력과 부지를 갖춘 여러 지역에 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AI 수요와 투자 여건을 고려하며 2035년까지 추가 10GW 규모의 AI데이터센터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SK는 “AI 모델 학습과 추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보가 국가 AI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 능력을 제공하는 핵심 인프라이자 로봇과 피지컬AI, 헬스케어, 문화, 교육 등 다양한 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기반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