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도 ‘엥겔스의 일시 중단’ 겪나

2026-06-30 13:00:3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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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임금 정체의 기억

사회적 반발이 변수

인공지능(AI) 붐의 가장 큰 제약은 전력이나 반도체 부족이 아니라 사회적 반발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생산성을 크게 높이더라도 그 이익이 노동자 임금으로 이어지지 않고 자본가에게 집중된다면, 규제와 과세 요구가 커져 AI 확산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알파빌 블로그의 라이언 애번트는 29일(현지시간) AI가 산업혁명 초기 영국과 비슷한 분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경제사학자 로버트 앨런이 말한 ‘엥겔스의 일시 중단’을 AI 시대의 위험으로 제시했다. 이는 산업혁명 초기 약 100년 동안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은 늘었지만 실제 생활수준은 정체됐던 현상을 뜻한다.

산업혁명은 방직기계, 광산, 철도 같은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했다.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희소한 자본을 가진 사람에게 이익이 집중됐다. 앨런에 따르면 영국 국민소득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몫은 1770년 약 20%에서 1870년 거의 50%까지 높아졌다. 반면 노동자의 임금과 생활수준은 생산성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 애번트는 이 흐름이 바로 ‘엥겔스의 일시 중단’의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AI도 비슷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더 강력한 AI 모델을 널리 쓰려면 데이터센터, 발전소, 반도체 공장, 로봇 공장 등에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빅테크, 반도체, 전력 설비 기업처럼 자본과 설비를 가진 쪽은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노동자는 당장 일자리를 모두 잃지 않더라도 임금 상승 압력이 약해질 수 있다.

애번트는 AI가 아직 비싸고 연산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자리 위기가 생각보다 늦게 올 수도 있다고 봤다. AI 기업들이 높은 가격으로 수요를 조절하면 기업들은 값비싼 AI를 모든 업무에 쓰기 어렵다. 이 경우 사람 노동은 한동안 비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동자가 다른 방식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임금은 눌리고, 주택이나 공공서비스 같은 비AI 분야 투자는 뒤로 밀리는 반면 부유층은 훨씬 더 부유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번트는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845년 출간한 ‘영국 노동계급의 상태’에서 노동자 처지를 지적한 대목도 인용했다. 엥겔스는 “영국 중산층은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려 한다”며 “특히 산업가들은 임금 노동자 대중의 비참함 위에서 부자가 된다”고 비판했다. 산업혁명기의 분노가 정치적 격변으로 이어졌듯 AI 시대에도 분배 문제가 커지면 규제와 과세, 사용 제한 요구가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AI 논쟁의 핵심은 기술의 빠른 발전하만이 아니다. AI가 벌어들인 돈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임금과 생활수준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사회적 반발과 규제 요구가 AI 확산을 늦출 수 있다는 경고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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