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산 D램 구매 추진…메모리 3강 흔드나
CXMT D램 도입 검토
삼성·하이닉스에 도전
애플이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칩 구매를 추진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장악한 세계 D램 시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애플이 값싼 중국산 제품을 대안으로 저울질하고 있지만, CXMT가 첨단 메모리 시장의 공급 공백까지 메우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29일(현지시간) 애플이 메모리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CXMT를 새 공급처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메모리와 저장장치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다며 맥북 가격을 100~300달러, 아이패드 가격을 최대 200달러 인상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늘렸고, 그 여파로 스마트폰과 PC에 쓰이는 일반 D램 공급까지 빠듯해진 탓이다.
CXMT는 고성능 스마트폰에 쓰이는 저전력 D램 LPDDR5X를 생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CXMT 제품을 검토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세계 시장 진입 가능성을 인정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트레이데스매니지먼트 개빈 베이커대표는 CXMT가 중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애플의 메모리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CXMT가 AI용 첨단 D램 시장에서 기존 3사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마켓워치는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제조 난도가 높은 AI용 메모리 시장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며 애플의 중국산 칩 도입이 빅테크의 메모리 부족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6명을 인용해 애플이 CXMT 칩 구매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한 달여 전 미국 상무부에 접촉한 데 이어 백악관 관계자와 워싱턴의 우호 인사들에게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CXMT 제품 구매 자체가 현재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CXMT는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을 지정한 미국 국방부의 1260H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애플은 CXMT가 거래를 직접 제한하는 상무부 기업 명단에 추가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치권의 반발도 부담이다. 애플은 2022년에도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제품 도입을 검토했다가 의회의 반발로 계획을 접은 전례가 있다. 미국 정부가 이번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로이터는 29일 CXMT가 텐센트와 200억위안, 약 29억4000만달러 규모의 장기 D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2025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약 7.7%로 세계 4위다. 다만 CXMT는 1분기 차세대 DDR5 제품의 생산 수율이 낮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여전하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