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스마트제조 중심 질적 도약”
샤오미 메이디 지리차 등
산업발전포럼 “제휴 필요”
중국이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스마트 제조를 기반으로 세계 제조업 혁신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기업들도 중국을 값싼 생산기지나 단순 수출시장으로 바라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생산·기술협력과 전략적 제휴를 병행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1일 ‘중국시장 접근 동향, 문제점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제88회 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중국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과잉생산 단계를 넘어 혁신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이제 중국은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산업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샤오미는 초대형 일체형 다이캐스팅 기술을 통해 72개 부품과 840개 용접공정을 하나의 주조 공정으로 통합했다. 메이디는 독일 쿠카를 인수한 후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앞세워 중국 스마트공장 확산을 이끌고 있다.
지리자동차는 메탄올 차량을 10만대 이상 보급했고, 포니AI는 레벨4 자율주행 로보택시 상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니오는 2월 기준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누적 1억회 이상 운영했다. 화웨이와 장화이가 공동 개발한 초고급 전기차(1억5000만원~2억3000만원 수준) ‘마에스트로 S800’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를 2위로 밀어내고, 중국 초고급 세단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정 회장은 “중국 제조업에서 축적된 기술과 산업생태계가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도 혁신 투자와 생산성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R&D 인력 620만명 = 신선영 한국무역협회 마케팅전략실장은 중국이 세계 제조업 질서를 다시 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실장은 “중국은 세계 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세계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라며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제구조를 갖췄다. 위기상황에도 자생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인상에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약 1조20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선진국뿐 아니라 개발도상국 산업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국의 R&D 인력은 620만명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이며,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전 세계최고의 스마트공장 약 180곳 가운데 70곳이 중국에 위치하고있다. 화웨이 상하이 칭푸 ‘롄추후 R&D센터’에는 현재 2만8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만5000명이 연구인력이다.
신 실장은 “한국 기업은 중국이 강한 분야에서는 공동진출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고, 미국 중심의 기술안보 협력도 병행하는 균형잡힌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 합자법인, 브랜드·기술까지 묶이는 위험 = 중국시장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자법인 위험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서창영 덴톤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국 합자법인은 시장진입에는 효과적이지만 의사결정 마비와 주주 갈등, 상표권 분쟁, 기술 유출, 투자금 회수 실패 등 복합적인 위험이 동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자 파트너와 갈등이 생기면 브랜드와 기술, 현금흐름까지 동시에 묶이는 구조적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양약품 사례를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일양약품은 중국 합작사와의 장기분쟁 끝에 회계자료 확보 소송과 합자계약 해지 소송 등을 병행하고 지방정부 투자유치 수요를 활용한 협상 전략을 통해 약 1600억원을 국내로 회수했다. 이후 회수한 ‘원비-D’ 상표를 기반으로 중국사업을 재개하고 180억원 규모의 독자 생산공장을 설립했다.
서 변호사는 “중국 합자법인 분쟁은 단순히 승소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사업기반까지 회수해 미래성장 기반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