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한국 정당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6.3 지방선거 후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리더십을 둘러 싼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당권을 둘러싼 갈등양상은 단순히 계파의 차원을 넘는 수준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여야의 정치적 상황과 당시의 구체적 이슈에 따라 수 많은 양태의 당내 갈등이 존재하지만 결국은 당 대표직을 차지하기 위한 정파간 권력투쟁이란 본질은 바뀐 게 없다. 이러한 당내 사정이 한국정치의 뇌관이 되어 왔다는 게 문제다.
제도적으로 볼 때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권력의 운용원리 자체가 다르다. 대통령제는 입법·행정·사법 기능의 상호견제와 감시를 기본틀로 한다. 특히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행정부)과 의회는 다른 트랙에 의해 상호 균형을 유지하고,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로서 기능한다.
내각제는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며 의회의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고 연정을 통해서 내각과 권력이 운용되는 원리다. 내각과 의회의 관계에서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전혀 다른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제를 흔드는 당권정치
한국 대통령제는 ‘혼합형 대통령제’여서 행정과 의회의 엄격한 분리를 축으로 하는 미국의 ‘순수 대통령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권,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해임건의권과 결정적으로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의 겸직 가능 등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내각제적 요소와 결정적으로 중첩되는 건 당정협의와 당·정·청 구조다. 이러한 요소들은 여당과 행정부의 일체화를 원리로 하는 권력운용 방식으로서 행정부와 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원리로 하는 대통령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구조다.
이러한 내각제적 요소는 국회의 의석분포가 여소야대가 되면 대통령제의 견제 요소가 극명하게 발현되지만 국회와 행정부의 교착으로 국정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약해진다.
이러한 구조에서 여권내의 갈등을 키우는 게 당청갈등이다. 야당의 당내 갈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파열음을 낼 수밖에 없다. 여기서 지적되어야 할 것이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엉성한 결합의 제도적 미비 뿐만이 아니라 과도한 당 대표의 권한이다. 이는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한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국정당의 문제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사실상 차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투쟁이 된다는 것이다. 당대표는 공천, 당직 인사, 당무 등 거의 정당의 군주와 같은 독보적 위치를 갖는다. 그리고 전당대회는 차기 대선 주자로 등극하는 정치적 이벤트로 과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천권을 갖는 당대표에게 줄을 서야 공천이 보장되는 구조에서 의원들과 당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구도가 필연적으로 형성된다. 당 대표 선거가 자신들의 이익을 탐닉하고 뱃지를 달기 위한 거대한 투전판처럼 전락하는 이유다.
대표 중심의 권력정치가 기능할 때 정책경쟁과 협치는 요원해진다. 강성 메시지를 내야 당대표에 선출되기 쉬운 정치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 거대정당의 당대표나 후보자들은 상대에 대한 관용과 협치보다 선명성과 투쟁성을 무기로 삼게 된다.
공천권 분산이 개혁의 핵심
이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당대표가 사실상 전권을 갖는 공천 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독립적 공천기구를 만들어서 여론과 당원, 중앙심사 등을 철저히 함으로써 당대표 등 특정세력이 공천권을 장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무총장의 권한도 줄이고, 중앙당이 원내대표를 통제하는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 대표와 사무총장이 공천과 당무를 장악하면 정당은 선거머신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당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강성당원이 전체 정당을 좌지우지않도록 해야 한다. 강성지지자들과 강경세력에게 포획된 당 지도부는 여야 협상을 택하기 보다 선명 메시지로 당내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정치는 매일이 ‘전쟁’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제도적 개선을 할 수 없더라도 혁명에 가까운 정당개혁이 필요하다는 영감을 얻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러나 누가 이를 주도할 것인가. 자리가 탐욕을 키우는 권력구조를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