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산재 5년새 6배…못 쉬는 노동
김위상 의원, 올해 5월까지 4명 사망 … 초여름 급증, 작업중지는 ‘그림의 떡’
폭염 속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노동자가 최근 5년 새 6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5월까지 온열질환으로 숨진 노동자 4명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정부가 폭염 대응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생계 부담과 고용 불안으로 작업을 멈추기 어려운 현실이 이어지면서 폭염이 계절적 재난을 넘어 산업재해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국민의힘)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온열질환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13건에서 지난해 77건으로 증가했다. 2021년 19건, 2022년 23건, 2023년 31건, 2024년 51건 등 해마다 늘었다.
온열질환으로 숨져 산업재해로 인정된 노동자도 꾸준히 발생했다. 산재 사망 승인 건수는 2020년 2명, 2021년 1명, 2022년 5명, 2023년 4명, 2024년 2명, 지난해 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5월까지 온열질환 산재 신청 18건 가운데 12건이 승인됐고, 이 가운데 4건은 사망 사례였다. 온열질환이 주로 7~8월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통계는 현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구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는 첫 출근한 23세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폭염 속 작업을 마친 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떠났다가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였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현장 점검에서 휴게시설 관리 기준 위반 등 안전조치 미흡을 적발했다.
올해 피해가 일찍 시작된 배경도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는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374명에서 963명으로 157.5% 증가했다. 절대적인 환자 수는 7월 하순부터 8월 초가 가장 많지만 증가 속도는 여름 초입이 더 가파르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더위에 몸이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이 시작되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고온 환경에 적응하는 ‘열순응’에는 통상 7~14일이 필요하지만 신규 노동자나 일용직은 충분한 적응 기간 없이 곧바로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 분석에서도 이 같은 위험은 확인된다. 최근 7년간 온열질환 산재 사망자 31명 가운데 25명(80.6%)은 작업 투입 후 7일 이내 발생했고, 이 중 13명(41.9%)은 첫날 숨졌다. 폭염 대응은 한여름보다 작업 초기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폭염에 따른 노동자 산재사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인명 피해 최소화를 주문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폭염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배상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는 권고 중심 대책만으로는 현장을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민주노총은 전국 640명 규모의 폭염감시단을 출범시키고 작업중지권 보장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더워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게 더 무섭다”며 폭염으로 작업을 중단하면 소득이 끊기는 현실에서는 작업중지권이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계약 형태에 따라 폭염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염 피해는 실외 작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온열질환 발생 장소 가운데 실외 작업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실내 발생도 20.8%에 달했다. 학교 급식실과 공장, 물류시설 등 냉방이 충분하지 않은 작업장도 폭염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폭염이 일상이 된 만큼 더 이상 개인의 건강관리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작업을 멈춰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신규 노동자의 열순응 관리,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 등 현장 중심의 안전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폭염 산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