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 탄소배출량 급증
메타 64%·아마존 16%·구글 18% 증가 … 데이터센터 확대가 주원인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탄소배출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서비스 확대가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이어지면서 막대한 전력소비와 건설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기후변화 대응목표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AI 경쟁 심화될수록 탄소배출 늘어 = 3일 블룸버그통신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최신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제히 끌어올렸다.
아마존은 2025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16% 증가한 약 8100만톤(이산화탄소 환산 기준·CO₂e)에 달했다. 이는 휘발유 차량 약 1900만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아마존은 증가 원인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와 배송차량 연료사용 증가를 꼽았다. 2019년 ‘2040년 탄소중립’(Net Zero)을 선언한 이후 누적 배출량은 오히려 58% 증가했다.
구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구글은 2025년 ‘목표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보다 1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은 전년대비 37% 증가했다. 회사측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하드웨어 제조 확대가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메타플랫폼스와 마이크로소프트도 탄소배출량이 각각 64%, 23% 늘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뿐 아니라 대규모 콘크리트와 철강을 필요로 한다. 자재 생산과정 자체가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다 시설이 완공된 이후에도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AI 경쟁이 심화될수록 전력 소비와 탄소배출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 발전소 의존도 커져 = 이 같은 전력수요 증가는 미국 에너지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이터센터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소를 비롯한 화석연료 발전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테네시주와 미시시피주의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가스터빈을 사용하고 있다.아울러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아마존은 2040년, 구글은 203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현실과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아마존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카라 허스트는 “AI 도입의 속도와 규모는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변화보다 빠르다”며 “비전은 유지하되 실행 방식에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더 심각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전력의 100%를, 연중 모든 시간(100%) 동안, 무탄소 전력으로 충당한다’는 이른바 ‘100/100/0’ 목표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목표는 동일한 전력망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시간 단위까지 맞춰 모두 무탄소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후 공약이다.
◆전력수요와 탄소중립 양립방안 주목 = AI 투자 확대는 막대한 자금 부담도 안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말까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약 19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AI 투자 확대에 따라 탄소 감축 관련 예산도 더욱 엄격한 검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BNEF)는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5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인 106GW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가량은 재생에너지가 충당하겠지만, 미국에서는 천연가스가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데이터센터 확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AI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전력수요와 탄소중립 목표를 어떻게 양립시켜 나갈지 주목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