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권전쟁, 반도체·경선 일정까지 ‘갈라치기’

2026-07-03 13:00:13 게재

정부 국정과제 반도체 벨트 놓고 소외론 부각

전대 순회 경선 일정에 “특정 주자 유리” 주장

더불어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당권 주자들의 갈라치기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이 담긴 국책사업은 물론, 전당대회 경선 일정까지 상대 진영을 타격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국정 동력을 끌어올려야 할 여당의 전당대회가 오히려 당내 계파 갈등과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분열 정치’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비판하는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지방자치를 시행하다보니 단체장들께서 ‘왜 우리 동네는 안 되는 것인가’라는 지적을 받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를 분열적으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했다.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벨트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영남권과 전북 일부 정치권의 소외론 주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정청래 전 대표는 1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이원택 전북지사 취임식을 찾아 ‘전북 소외론’을 입에 올렸다. 그는 “군산 대야시장과 전주 중앙시장에 가서 인사드렸더니 ‘전남광주만 많이 투자하고, 우리 전북은 어쩌면 좋으냐’고 걱정하더라”며 “(전북 도민들이) 소외감,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원택 지사는 지난달 30일 민선 9기 인수위원회 최종보고회에서 정부·기업의 광주전남 반도체 투자 구상을 두고 “삼중 소외를 겪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우려와 걱정,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 핵심관계자들이 지역의 불만을 이유로 국가 핵심 전략산업을 도마 위에 올린 셈인데 내부적으로 ‘전직 당 대표로서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비판을 샀다. 당내 최대 지지 기반인 호남 내에서 전북 권리당원들의 소외감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갈라치기라는 것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전재수 부산시장은 1일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영남 소외론’이나 ‘정쟁용 프로젝트’라는 비판에 대해 “국가 성장 전략은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역별 성장 거점을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이라고 말했다. 8.17 전당대회 순회경선 일정을 둘러싼 갈등도 노출됐다. 김민석 전 총리와 가까운 의원들을 중심으로 첫 경선지가 정 전 대표의 고향인 충청권이라는 점을 들어 정 전 대표에게 유리한 일정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준위 대변인을 맡은 이연희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2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충청권에서부터 순회 경선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관례에 따랐고 시일이 촉박하기 때문에 실무진이 안을 올렸으며 각자 의견을 개진해 다수 의견이 나온 안으로 결정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의결된 대로 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준위는 지난달 30일 1차 회의에서 8월 1일 충남·충북·대전·세종을 시작으로 부울경(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등을 거쳐 15일 전북·전남광주, 16일 경기·서울 순으로 순회 경선을 거친 후 17일 대전에서 최종 당선자를 가리는 안으로 일정을 확정했다. 호남과 수도권 경선을 먼저 진행할 경우 정청래 전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고려한 일정 아니냐는 것이다. 6.3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선거에서 잡음이 있었고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 등이 전당대회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전준위는 그러나 역대 전당대회 일정에서 호남과 수도권 경선이 마지막으로 배치됐던 전례 등을 들면서 반박했다. 호남과 수도권 경선은 2022, 2025년 전당대회에서 마지막 순서였고 2024년 전당대회에서도 후순위였다. 다만 충청권에서 순회경선을 시작해 대전에서 최종 선출과정을 갖는 것은 이번 전당대회가 처음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원들이 대표 후보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내린 후에 전당대회에 돌입하기 때문에 순서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권 경쟁이 워낙 첨예하게 진행되다보니 작은 변수도 그냥 흘릴 수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선 순서로 이렇게 부딪히는데 결선투표 방식과 취약지역 가중치 등을 놓고는 더 싸우지 않겠느냐”면서 “통합과 화합을 위한 전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명환 박준규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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