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 뒤 수의계약도 담합…입찰제한 적법”

2026-07-03 13:00:17 게재

삼정전기, 입찰제한 취소소송 패소

2년 제재 취소 뒤 3개월 제재 처분

한국전력공사 발주 입찰 담합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은 삼정전기공업이 제재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5부(이정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삼정전기공업이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였다. 삼정전기를 비롯한 4개 전력 부품 제조업체는 2002년 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직렬리액터와 방전코일 구매 입찰에서 낙찰 물량을 4분의 1씩 나누기로 하고, 낙찰자와 투찰가격 등을 사전에 정하는 방식으로 200여차례 합의한 사실이 적발됐다. 직렬리액터는 콘덴서에서 나오는 고주파를 차단해 과열 등을 방지하는 장비다.

이를 근거로 한전은 처음에는 삼정전기에 2년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앞선 소송에서 처분일로부터 7년이 지난 일부 담합 행위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없고, 삼정전기가 담합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처분을 취소했다.

이에 한전은 지난해 9월 앞선 확정판결의 취지를 반영해 제재 대상이 되는 담합 행위만 남기고 제재 기간을 3개월로 줄여 다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했다. 이번 소송은 3개월 처분이 적법한지를 다툰 것이다.

삼정전기는 처분서에 구체적인 위반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아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했고, 해당 계약은 경쟁입찰 유찰된 뒤 체결된 수의계약인 만큼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3개월 제재도 과도해 재량권 남용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정위 의결과 앞선 확정판결, 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삼정전기는 어떤 담합 행위를 이유로 처분이 이뤄졌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만큼 행정절차법상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의계약이어서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경쟁입찰이 유찰된 것은 원고와 다른 업체들이 미리 담합해 원고만 입찰에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라며 “수의계약 체결 후 물량 배분까지 담합 내용대로 이뤄진 이상 국가계약법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인 부정당업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제재 수위에 대해서도 "한전은 제재 수준을 법정 기준인 6개월에서 절반으로 감경했다"며 "공공조달 분야의 공정한 경쟁과 계약의 적정한 이행이라는 공익을 고려하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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