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직권 폐지
“2000억 추가 자금 조달 불투명 … 수행 가능성 없어”
대형마트 체인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홈플러스 주식회사의 회생절차가 막을 내렸다. 법원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출된 회생계획안의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직권으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3일 홈플러스 주식회사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개한 결정문에서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이나 수정안 모두 수행 가능성이 없어 관계인집회의 심리나 결의에 부칠 만한 것이 되지 못한다”며 “연장된 회생계획 가결기간 만료일인 현재까지도 자금 조달 계획이 불확실하므로 직권으로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 앞질러
홈플러스는 지난 1999년 설립 이후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을 운영해 왔으나, 인건비·임차료 등 고정비 상승과 코로나19 이후 매출 급감, 유통산업의 급격한 온라인 전환 등으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해 2월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하는 등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자,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해 당일 개시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회생절차 진입 이후의 전망도 밝지 않았다. 조사위원으로 선임된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3조6816억여원)가 계속기업가치(2조5058억여원)를 크게 초과한다는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투자 유치나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통한 외부 자금 유입 없이는 사실상 독자적인 사업계획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었다. 이에 따라 인가 전 M&A가 추진됐으나, 지난해 11월 입찰 마감일까지 유효한 입찰서가 접수되지 않아 매각은 무산됐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 만료일이었던 지난해 12월 29일 신규 자금 차입(DIP금융)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문 매각을 골자로 하는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이후 올해 5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1206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받았으나, 운영자금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홈플러스는 올해 6월분 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거래처 대금 지급마저 밀려 마트 영업에 필요한 물품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홈플러스는 지난달 30일 전체 104개 점포 중 적자 점포 등 비핵심점포 37개의 영업을 중단하고 67개 핵심점포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회생계획안 수정안’을 제출하며 막판 회생 불씨를 되살리려 했다.
대주주·채권단 ‘보증 조건’ 이견
회생의 관건은 영업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수정안을 버텨낼 ‘2000억원의 추가 외부 자금’ 확보 여부였다.
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과 조건을 둘러싸고 대주주와 대주단(채권자협의회)의 입장 차이는 팽팽했다. 주요 회생담보권자인 메리츠증권측은 대주주인 MBK 등의 연대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원의 대출 의사만 밝혔을 뿐, 그 이상의 자금 지원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대주주측은 메리츠가 2000억원 전체를 대여해 주는 것을 전제로 1000억원에 대해서만 연대보증을 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회생 가결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노동조합과 근로자 대표 역시 절차 계속을 원했으나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앞서 재판부는 당초 올해 3월 4일까지였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5월 4일로 한 차례 연장한 데 이어 이날까지 다시 한번 늘렸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회생절차 개시일로부터 1년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장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가 지난해 3월 4일 개시된 점을 고려하면 법원은 최대 오는 9월까지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생 가능성이 낮아 추가 연장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별다른 회생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즉시항고 기한인 14일 이내에 자금을 확보하고 즉시항고를 제기하면 회생절차가 재개될 여지는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