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반도체 투자 네 번째 입장문
추경호, 반도체 전략 ‘시장 논리’로 전환
정부엔 절차 공개, 기업엔 TK 투자 제안
취임사·기자간담회 철학 첫 정책시험대
추경호 대구시장의 취임사와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시정 철학이 첫 산업 현안 대응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대구시장은 정치투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 현안을 푸는 자리”라며 실용 노선을 천명한 추 시장은 정부의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발표와 관련한 네 번째 입장문에서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시장 원칙과 절차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기업에는 대구·경북(TK) 투자를 제안하는 정책 제안형 메시지를 내놨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추 시장은 이날 경남 진주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 참석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부 정책 방향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반도체 팹 입지는 정치적 안배가 아니라 시장과 기업의 투자 전략, 경쟁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에는 반도체 팹 입지 선정 기준과 절차 공개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에는 대구·경북 방문을 공개 제안하며 연구개발(R&D)을 넘어 생산거점 구축까지 포함하는 국가 반도체 전략을 제시했다.
◆ ‘TK 소외론’에서 정책 제안으로 = 이는 앞선 세 차례 입장문과 비교해 논조가 한층 진화한 모습이다. 지난달 11일에는 TK가 국가 반도체 투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24일에는 정부의 입지 선정 기준과 절차 공개를 촉구했다. 29일에는 대구·경북의 투자 경쟁력을 집중 부각했다.
이번에는 정부 정책 방향에 공감을 전제로 시장 원칙과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연구개발을 넘어 생산거점 구축과 중장기 청사진을 제안하는 정책 제안형 메시지로 전환했다. 가장 큰 변화는 정부를 향한 요구가 ‘결과’에서 ‘과정’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 ‘제2 생산거점’으로 역할 확대 = 대구·경북의 역할도 연구개발 거점에서 생산거점으로 확대했다. 그는 투자협약 목적에 ‘영남권 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육성’이 명시된 점을 언급하며 “연구개발과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 머물지 말고 전·후공정을 아우르는 생산거점 구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을 향한 메시지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대구·경북 방문을 공개 제안하며 지역의 반도체 인프라와 경쟁력을 직접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 경제부총리식 ‘시장 중심’ 접근 = 경제부총리 출신인 추 시장의 경제 철학도 입장문 전반에 반영됐다. 그는 “정부는 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은 시장과 경쟁력을 기준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는 취임사에서 밝힌 ‘경제 중심 시정’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대구시장은 정치투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 현안을 푸는 자리”라는 실용 노선이 첫 산업 현안 대응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추경호 대구시장은 “정부와 기업, 산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설득하며 객관적인 데이터와 시장의 논리로 대구·경북의 경쟁력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며 “대구·경북이 연구개발을 넘어 대한민국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특정 지역의 승패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에서 시작된다”며 “기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대구시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