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스토킹 살인, 보호조치도 못 막았다
경찰, 접근금지·스마트워치 지급했지만 참변 … 가해자 관리 강화 필요
전 연인의 스토킹을 신고한 60대 여성이 접근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지급 등 현행법에 따라 가능한 경찰의 보호조치를 모두 받았지만 끝내 살해됐다. 경찰이 현행 제도에 따른 대응 절차를 밟고도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피해자 보호 중심의 스토킹 대응체계를 고위험 가해자 관리와 사전 차단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기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3시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50대 남성 A씨가 60대 여성 B씨를 살해했다. A씨는 최근까지 약 4년간 교제했던 B씨와 헤어진 뒤 직장 인근에서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달 8일 “전 남자친구가 계속 괴롭힌다”며 경찰에 신고해 분리 조치를 요청했다. 경찰은 교제폭력 경고장을 발부했지만 이후에도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이어지자 피해자에게 스토킹 혐의 고소를 권유했다. B씨가 지난달 10일 고소장을 제출하자 경찰은 긴급응급조치를 통해 A씨에게 접근금지와 연락금지를 명령하고 법원에 잠정조치를 신청했다. 법원도 접근금지와 연락금지 명령을 내렸고 경찰은 B씨에게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경찰은 수사를 마친 뒤 지난달 25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A씨는 범행 당일 피해자의 퇴근 시간을 미리 파악해 기다렸다가 습격했다. B씨는 스마트워치로 긴급 신고했고 경찰은 신고 접수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번 사건은 현행 스토킹 대응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접근금지와 연락금지는 법원의 명령일 뿐 이를 무시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가해자를 물리적으로 막는 장치는 아니다. 스마트워치 역시 긴급 상황을 신속히 알리는 수단으로, 범행 자체를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경찰은 피해자 신고 이후 교제폭력 경고장 발부, 스토킹 사건 입건, 긴급응급조치, 법원 잠정조치 신청, 스마트워치 지급, 검찰 송치 등 현행 제도에서 허용하는 보호조치를 모두 진행했다. 그러나 가해자가 접근금지 조치를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도 아니어서 더 강한 격리 조치를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이번 사건은 개별 대응의 실패라기보다 피해자 보호에 치우친 현행 제도가 계획적인 스토킹 범죄를 막는 데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스토킹 사건에서는 피해자 보호를 넘어 가해자의 접근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험성 평가를 정교화하고 사안에 따라 위치추적이나 격리 등 보다 적극적인 관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스토킹과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청소년 대상 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청소년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청소년 정책 기획과 행정 지원 기능을 전담하는 조직으로, 최근 행정안전부 심사를 통과했으며 국회 예산 심의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범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청과 법무부는 6일부터 전자발찌를 부착한 스토킹 고위험자의 접근금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긴급 상황에서는 경찰과 보호관찰관이 함께 출동하는 협력체계도 시행했다. 다만 이번 성남 사건처럼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 아닌 가해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만큼, 고위험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관리와 사전 차단 체계를 어떻게 확대할지가 남은 과제로 지적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