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졸전 후유증에 경찰 ‘불똥’
홍명보 선임 관련 고발사건 ‘늑장수사’ 비판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으로 홍명보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여론이 극에 달한 가운데, 경찰이 덩달아 불똥을 맞고 있다. 지난해 홍 감독 선임 관련 고발사건을 맡아놓고 늑장을 부렸다는 비판이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9월 23일 이임생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의 업무방해 혐의 고발사건을 맡은 종로경찰서에 사건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지시하라고 의결했다.
이 사건은 한 시민이 2024년 7월 이 전 이사가 홍 감독 선임 과정에 축구협회 정관과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고발하며 시작됐다. 경찰이 처분을 미루자 고발인은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수사심의는 수사 과정과 결과의 불공정·부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다. 변호사·법학자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다. 강제성은 없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기도 어렵다.
수사심의위는 “사건 관계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신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서울청에 신속처리를 지시하라고 통보했지만 종로서가 같은 쟁점으로 진행 중이던 행정소송을 지켜보는 동안 또 9개월이 지나갔다.
경찰은 이달 1일 “사안의 중요도를 감안했다”며 경찰의 특수부 격인 서울청 광수단 산하 금융범죄수사대로 사건을 넘겼다.
그러나 행정법원 1심 판결이 먼저 나오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 감독이 사의를 표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월드컵 졸전으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한 결과”라고 말을 보태면서 경찰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아진 상황이다.
경찰은 말을 아끼는 가운데 한편에선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흐른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지연을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 성적이 좋았다면 이런 비난들이 나왔을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