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홈플러스가 남긴 질문…자본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

2026-07-06 16:38:1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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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14일 안에 최소 20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한때 국내 대형마트 2위였던 기업이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섰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유통기업 하나의 실패로만 볼 일이 아니다.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대가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본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직영 직원만 약 1만2000명에 이른다. 간접고용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 지역 상권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부는 협력업체 유동성 지원과 체불임금 대지급금 지급, 저금리 생계비 융자 등 긴급 대책을 내놓았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6121억원도 사실상 손실 위험에 놓여 있다. 기업 하나의 위기가 노동자와 협력업체를 넘어 국민의 세금과 노후자금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반면 홈플러스의 대주주였던 MBK파트너스는 기업을 인수한 뒤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고,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back)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 왔다. 그러나 기업회생과 회생절차 폐지 국면에서는 자신들은 펀드 운용사일 뿐이라며 제한적인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나온다. 기업을 지배할 권리는 행사하면서도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서울회생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사태의 주범인 MBK는 끝내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도 MBK가 투자금 회수에는 적극적이었던 반면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홈플러스의 위기를 모두 MBK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온라인 유통의 성장과 소비 패턴 변화 등 급격한 시장 환경 변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권리와 책임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투자자는 수익을 얻을 자유가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라면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는 유지되기 어렵다.

이번 사태가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은 사모펀드와 투자자에게 돌아갔지만 기업이 무너진 뒤의 비용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 정부 재정, 국민연금 등 사회 전체가 떠안고 있다. 사적 이윤은 극대화하면서 사회적 비용은 공공에 전가하는 구조는 건강한 자본주의라기보다 시장 실패에 가깝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적 이익과 사회적 비용이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정 투자자가 이익은 독점하면서 실패의 비용은 사회에 떠넘기는 구조는 시장의 효율성을 훼손하고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그의 지적을 현실에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고려아연 노동조합이 홈플러스 노조와 연대한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홈플러스에서 나타난 고용 불안과 사업 기반 훼손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은 단기적인 투자 수익만을 기준으로 접근할 대상이 아니다.

온산제련소의 세계적인 기술력과 공급망, 숙련 노동자들의 경험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국가적 자산이다. 철강과 조선, 방산, 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기반이 되는 국가기간산업은 일반적인 투자 대상과 같은 잣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출자자(LP)의 국적과 자금 출처조차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 경영에 참여하려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자금 출처와 투자 목적, 투자금 회수 계획뿐 아니라 고용과 기술, 생산설비, 공급망 보호 방안까지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에서 드러난 MBK의 모습은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고려아연뿐 아니라 내일 또 다른 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재무제표에는 숫자만 남지만, 그 숫자 뒤에는 노동자의 삶과 가족의 생계, 협력업체의 존폐, 지역경제의 미래, 국민의 노후가 존재한다.

홈플러스 사태는 특정 기업 하나의 실패가 아니다. 자본이 어디까지 권리를 갖고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어떤 시장경제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시장경제는 권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책임이 뒤따를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투자자는 수익을 얻을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에는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사회, 국민경제에 대한 책임도 함께 따른다.

제2의 홈플러스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자본이 아니다. 자본에 더 무거운 책임을 묻는 시장 질서다. 그것이 건강한 자본주의를 지키는 첫걸음일 것이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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