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펀드 의결권 반대율' 국민연금 1/3 수준에 그쳐
주주권 침해 없음 등 형식적 공시도 여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의결권 행사율이 90%를 넘어섰지만 반대율은 국민연금과 비교해 1/3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의결권 행사 사유를 ‘주주권 침해 없음’ ‘주주총회 영향 미미’ 등 동일한 문구로 반복 기재하는 형식적인 공시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사모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은 91.8%, 반대율은 8.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한 자산운용사 285곳, 4만6827개 안건을 점검한 결과다.
최근 3년간 자산운용사들의 의결권 행사율과 반대율 등 정량적 지표는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의결권 행사율은 2024년 79.6%에서 2025년 91.6%, 2026년 91.8%로 상승했으며 반대율 역시 2024년 5.2%에서 2025년 6.8%, 2026년 8.2%로 높아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2025년 행사율(99.8%) 및 반대율(23.1%)과 비교하면 여전히 찬성 위주의 소극적 행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반대 안건으로는 전체 3848건의 반대 의견 중 임원 보수(11.7%), 정관 변경(9.2%), 이사·감사의 선·해임(7.2%) 순으로 높았다. 특히 개정 상법의 취지에 반하는 이사의 임기하한선(3년) 삭제나 이사의 책임 감경 등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들의 무성의한 의결권 행사와 부실 공시도 여전했다. 점검 결과 모든 안건에 대해 ‘일괄 불행사’한 운용사는 50곳(17.5%), ‘일괄 찬성’한 운용사는 82곳(29%)에 달했다. 또 전체 운용사의 42.4%인 121곳은 ‘주주권 침해 없음’, ‘주주총회 영향 미미’ 등 동일한 문구를 반복해 의결권 행사 사유를 기재했다.
내부 의결권 행사 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운용사의 20.7%(59개사)는 세부 의결권 행사 기준을 공시하지 않았고 17.8%(51개사)는 2023년 개정된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반영하지 않았다. 일반 사모 운용사를 중심으로는 의안명과 의안 유형, 대상 법인과의 관계 등을 누락하는 등 기본적인 공시 서식 작성 오류도 다수 발견됐다.
특히 공모 운용사 67곳을 대상으로 별도 점검한 결과, 주주권 행사 체계의 규모별 격차가 확인됐다. 대형 공모운용사는 그간 ‘전담 조직·의사결정기구·KPI(핵심성과지표)’ 등 내부통제 체계를 꾸준히 개선해 온 반면, 중·소형사는 관련 인프라 구축이 미흡했다. 실제로 주주권행사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곳은 18곳(26.9%)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49개사는 리서치부서 담당자가 겸업하거나 백오피스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제반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였다.
금감원은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VIP자산운용을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은 전담 조직과 핵심성과지표(KPI) 등 내부 관리 체계를 갖추고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수행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VIP자산운용은 소형사임에도 운용 규모 대비 가장 많은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친 점이 우수 사례로 꼽혔다. 반면 신한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의결권 행사 사유를 반복적으로 기재하거나 전담 조직과 내부 관리 체계가 미흡한 사례로 지적됐다.
금감원은 “운용사 CEO 간담회와 공·사모운용사 대상 설명회를 개최해서 자산운용사가 주주권을 충실하게 행사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형재 기자 hj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