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담합하고 손실보전 요구

2026-07-07 13:00:50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검찰, 정유사 기소 … 최고가격제 손실보전 논란

미국·이란 전쟁 이후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전을 요구하고 있는 정유사들이 수십조원 규모의 유가 담합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손실보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전날 HD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사 4곳과 HD현대오일뱅크 임직원 3명, GS칼텍스 임직원 1명 등 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는 지난 3월 미·이란 전쟁이 터지자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당 30~40원 더 높은 수준으로 일시에 가격을 올리기로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두 회사의 담합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며 유가 급등 추이가 형성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파악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행위까지 고려하면 약 26조원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은 지난 3월 중순부터 시행된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 보전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국제 유가가 급등해 국내 기름값이 치솟은 경우 정부가 물가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의 판매가격 상한선을 정해 그 이상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기업이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실제 손실 보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4조2000억원을 마련해둔 상태다.

정유사들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한 손실이 3조~5조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과 연동되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해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MOPS 가격과 국내 판매 가격의 연동 여부를 분석한 결과 MOPS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국내 판매 가격은 동결되거나 오르는 등 MOPS와 국내 판매 가격의 연결고리가 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정유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정유사들이 이익을 낸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분석 결과를 산업통상부와 공유해 부당한 국고 손실을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이란 전쟁 이후 담합이 있었다고 해도 곧바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해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는 정유사들이 손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구본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