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 대응법 시행…‘사실’과 ‘의견’ 어디까지
대형 플랫폼 신고·처리 체계 가동 … 표현의 자유는 과제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7일부터 시행되면서 이 질문이 현실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딥페이크 등 조작 콘텐츠가 빠르게 늘면서 허위정보에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졌다. 그러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실과 의견, 비판과 의혹 제기가 뒤섞인 게시물이 적지 않아 허위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시작됐다.
정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개정법은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줄이고 반복적으로 허위정보를 퍼뜨려 광고·후원 수익을 얻는 행위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허위 이미지와 영상 제작이 쉬워지면서 기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법 시행에 따라 최근 3개월간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인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허위조작정보 대응 운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고 접수와 처리 절차를 운영하고 조치 결과와 이유를 신고자와 게시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의신청 절차와 운영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 공개도 의무화됐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국가가 허위정보를 직접 심의하거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플랫폼이 자체 운영정책과 필요할 경우 민간 사실확인 결과 등을 참고해 삭제나 노출 제한, 계정 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과징금과 가중 손해배상도 일반 이용자가 아니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보 게재자를 대상으로 한다. 허위조작정보를 반복적으로 유통해 광고나 후원 등으로 수익을 얻는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재자가 대상이다. 정부는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정치적 주장, 비판, 풍자는 규제 대상이 아니며 카카오톡과 같은 비공개 대화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허위정보와 의견의 경계를 가르는 일이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정책을 비판하거나 특정 사안을 평가하는 것은 의견 표현에 해당할 수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하거나 이를 근거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허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온라인 게시물은 사실과 해석, 평가가 함께 담기는 경우가 많아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이번 제도에서는 플랫폼이 사실상 첫 판단을 맡는다. 같은 게시물이라도 플랫폼의 운영정책에 따라 서로 다른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으며, 특정 게시물을 집중 신고하는 이른바 ‘신고 폭탄’이나 과잉 삭제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게시물 처리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얼마나 공정하게 운영하느냐가 제도 정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이유로 언론계도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법 시행을 하루 앞둔 6일 성명을 내고 “언론의 공익적 취재와 보도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보호장치를 보완해야 한다”며 허위조작정보의 판단 기준과 절차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익 보도와 허위조작정보를 구분할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자의적 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허위정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제도 시행은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 앞으로 플랫폼이 어떤 기준으로 게시물을 판단하고, 첫 적용 사례에서 허위정보 대응과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