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조사권 강화…통신조회·원금몰수 확대 추진
합동대응단 출범 1년, 검찰 고발 등 10여건 조치
AI가 유튜브·SNS까지 감시 … 감시 체계 고도화
계좌 지급정지 연장·거래제한 추진, 시장 퇴출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한다.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권한을 신설하고 시세조종에만 적용되던 원금 몰수·추징을 미공개정보 이용과 부정거래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1주년 운영성과 점검 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 방안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조직화·고도화되는 주가조작 범죄에 맞서 ‘신속 적발, 엄정 조사, 무관용 제재’ 원칙으로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조사와 제재 권한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증거인멸을 막고 정보 전달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 권한을 신설하기로 했다. 현재 시세조종에만 적용되는 원금 몰수·추징도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사기적 부정거래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3분기 중 발의할 계획이다.
과징금 제도의 실효성도 높인다. 부당이득 환수를 위해 불공정거래 계좌 지급정지 기간 연장(현재 6개월, 최대 2회)을 검토하고 엄정한 제재를 위해 과징금 부과 요건과 절차도 합리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악질·상습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해서는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등 행정제재를 통해 시장에서 신속하게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시장감시 체계도 구축된다. 한국거래소는 AI를 활용해 유튜브와 SNS를 통한 시세조종과 허위·과장 정보 유포 등을 탐지하고 이를 이상 매매 패턴과 결합해 분석하는 ‘사건분석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합동대응단은 올해 1월 2개팀 체제로 확대된 데 이어 현재 9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향후 100명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 1년 동안 합동대응단은 슈퍼리치 장기 시세조종, 증권사 고위 임원의 내부자거래, 상장사 공시담당자의 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사건 10여건을 적발해 검찰 고발과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완료했다. 현재도 기자 선행매매와 시세조종 등 다수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과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합동대응단 출범 이후 시장의 자정 노력도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증권사들은 임직원 주식 매매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가족 명의 계좌까지 모니터링을 확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취재정보의 투자 이용을 제한하는 ‘언론인 금융투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언론계의 자정 노력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아무리 좋은 기업과 제도가 있어도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으면 누구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없다”며 “금융위와 금감원, 거래소가 보다 강력한 원팀으로 협력해 자본시장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조사권 강화와 함께 수사체계 개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 10월 예정된 수사체계 개편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TF 등을 통해 자본시장 조사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