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재정, 초중등 편향”…학령인구 급감 속 교육교부금 개편 ‘속도’
오늘 교육부-기획예산처 공동개최 ‘교육재정 개편 토론회’
“예산배분 불균형 방치 못해” … “교육 질 향상 수요 여전해”
정부가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기계적으로 초중등 교육에 배분해 온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의 전면수술에 착수했다.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초중등 학령인구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고등·평생교육과 영유아 단계에 대한 투자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어 예산배분의 불균형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예산처는 법정 교부율을 낮추거나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학령인구 등을 반영한 새 산식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예산처와 교육부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 국책연구기관, 학계 전문가, 교육현장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세대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가재정과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두 부처가 공동 주관해 교육교부금의 비효율성을 진단하고 합리적인 재배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첫 공개 논의의 장이다.
◆비대해진 초·중등 재정의 역설 = 1972년 도입돤 교육교부금 제도는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시도 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는 구조다. 경제규모가 커져 내국세 징수액이 늘어나면 학생 수가 줄어도 초중등 교육청으로 가는 예산은 자동으로 증액된다. 이로 인해 대학(고등교육)이나 평생교육, 영유아 보육 등 예산이 시급한 다른 교육 분야는 상습적인 재원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반면 초·중등 교육재정만 기형적으로 비대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객관적인 국제비교 지표는 국내 교육재정 배분의 왜곡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교육재정 국제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의 초중등 교육투자는 OECD 평균을 압도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고등교육 투자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정부부담)는 2만1476달러(약 3262만원)다. OECD 평균(1만2438달러)의 약 1.7배다. 룩셈부르크(2만7678달러)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반면 고등교육(대학)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6617달러(약 1005만원)로 OECD 평균(1만5102달러)의 0.4배 수준에 그쳤다. 순위 또한 조사대상국 중 34위로 그리스(35위), 칠레(36위)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 가파른 감소 =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 역시 마찬가지다. 초·중등 분야의 GDP 대비 정부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4.0%로 OECD 평균(3.0%)의 1.3배를 훨씬 웃돌았다. 이스라엘(4.3%), 노르웨이(4.2%), 아이슬란드(4.1%)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위 수준이다. 그러나 고등교육 분야의 GDP 대비 비율은 0.6%다. OECD 평균(0.9%)의 0.7배에 불과해 세계 30위로 추락했다.
돈을 쓸 학생 수 자체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10년간 국내 모든 교육단계에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OECD 평균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보다 개선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교사 1인당 초등학생 수는 2013년 17.3명에서 2023년 15,3명으로 감소, OECD 평균(14.1명)과의 격차를 좁혔다. 중학교의 경우 2013년 17.5명에서 2023년 12.8명으로 급감하며 이미 OECD 평균(12.9명)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적은 상태다. 고등학교 역시 2013년 15.1명에서 2023년 10.5명으로 가파르게 하락, OECD 평균(12.7명)을 밑돌며 교육 여건이 수치상 대폭 개선됐다.
이처럼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징수된 세금의 20.79%가 초중등 예산으로만 자동 귀속되는 구조 탓에 국가 예산지출 경로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자동배분 공감대 잃었다” = 이날 토론회에서는 교부금 개편의 시급성을 주장하는 국책연구기관·재정 전문가들과 교육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교육계 간의 팽팽한 논리가 맞섰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교육재정 산정방식은 과거 학생 수가 급증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틀”이라며 “급변하는 정책환경과 국가적 정책목표에 따라 재원을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는 구조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호 한국교육개발원 미래교육연구본부장 역시 “인구감소 시대에 걸맞은 교육체제 목표를 먼저 명확히 정립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 교육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계 전문가인 유재준·강대중 서울대 교수와 황옥경 육아정책연구소장도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대학 교육과 영유아 보육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교육 단계 간 균형적 투자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일선 교육 현장은 급격한 예산축소가 가져올 부작용을 경계했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과 이한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단순한 학생 수 감소라는 수치적 접근을 경계했다. 이들은 “학령인구가 줄어들더라도 특수교육 대상자 지원, 이주배경 학생 등 교육취약 계층에 대한 촘촘한 복지, 그리고 미래형 맞춤형 수업을 위한 다양한 교원 확보 등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 수요는 여전히 막대하다”고 맞섰다.
◆“안정성 보장하되 합리적 균형안 도출” = 논란이 뜨거운 만큼 재정당국과 교육당국의 수장들은 ‘합리적 균형’과 ‘소통’을 강조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육계의 우려를 반영하듯 “현장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소통 없이 교육교부금 개편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가 그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공교육 안전망과 국가미래 성장동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학교 현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수요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 시대적 과제인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 다른 취약 분야의 교육투자도 함께 확충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겠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번 개편 논의의 목적이 교육재정을 깎아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 교육 시스템의 ‘균형 성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교육재정개편 4대 기본원칙으로 △교부금 총액과 학생 1인당 교부금의 증가기조 유지 △내국세 경기변동에 따라 교육재정이 지나치게 출렁이는 불안정성 완화 △영유아·고등·평생교육 등 전 생애주기 교육분야의 균형 있는 투자체계 확립 △학령인구 변동추이를 정밀하게 반영하는 구조적 유연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육교부금 개편의 최종 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