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했던 미국-이란 다시 전면전 문턱
공습·제재·보복 경고까지 종전 MOU 최대 위기 봉착
사태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잇따라 발생한 선박 공격에서 시작됐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과 유조선 2척이 공격받자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에 책임을 돌리며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군사·경제 수단을 동시에 동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국제 해역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한 데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일련의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련의 강력한 공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단발성 경고가 아닌 지속적인 군사 압박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습에 앞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21일 발급했던 이란산 원유 거래 관련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MOU 체결 후 후속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제재 완화 조치를 보름여 만에 원상 복구한 것이다.
이는 이란이 MOU 체제 아래에서 얻었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성과를 박탈한 조치로 평가된다. 미국은 협상 기간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핵 협상 동력을 유지하려 했지만, 선박 공격이 이어지자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 시점에 공습과 제재 철회가 단행된 점도 눈길을 끈다. 튀르키예는 이란과 국경을 접한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카라 도착 직후 나토 동맹국들이 이란 전쟁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내는 등 대이란 압박과 동맹국 압박을 동시에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군 공습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조항 위반에 따른 결과를 엄중히 경고한다”며 “국익과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제재 면제 철회에 대해서도 종전을 위한 ‘이슬라마바드 MOU’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외무부는 특히 “국가의 이익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해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공습 직후 이란 남부에서는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전략적 요충지인 게슘섬에서 6차례, 시리크에서 7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위치한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서도 여러 차례 폭발음이 감지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매체를 인용해 시리크의 타헤루이 부두 일대에 발사체 6발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공격 대상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관련된 해안 시설이나 군사 거점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장 큰 변수는 향후 협상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종전 MOU를 체결하면서 핵 프로그램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농축 중단 기간 등 민감한 비핵화 쟁점을 60일간의 후속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협상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달 말에도 이란의 상선 공격을 둘러싸고 미국이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며 이틀간 무력 충돌을 벌였다. 이후 카타르 도하 간접 협상을 통해 가까스로 협상 동력을 살렸지만 이번 공습과 제재 복원으로 신뢰 기반은 다시 흔들리게 됐다.
더욱이 이란은 최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 장례식을 치르며 반미 정서를 결집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공습과 제재 복원이 강경파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경우 협상보다 보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