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법인지방소득세’ 공동세 추진 논란
추미애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투자”
경기 남부 반도체벨트 기초단체 반발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89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는 등 반도체 특수로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에 속한 지자체들이 내년에 수천억에서 많게는 1조원의 세수증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경기도가 반도체 특수로 생긴 법인지방소득세를 기초지자체와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기초단체장들은 광역보다 더 어려운 기초지자체의 재정력을 훼손하는 방식이 아니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공동 투자하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추미애 지사는 취임 첫날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K-반도체 혁신 대책’을 1호 문서로 결재하면서 “반도체 글로벌 초격차 여건 조성, 팹의 조기 완공을 위한 인프라 지원에 막대한 재원이 조성돼야 한다”며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초지자체의 소득으로 들어가면서 경기도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는 구조”라며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 문제를 국회와 함께 풀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는 시·군 세입인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을 경기도로 귀속시킨 뒤 일부는 도 세입으로 편입하고 나머지는 시·군에 조정교부금 등 형태로 재교부하는 방안이다. 앞서 추 지사의 도지사직인수위원회가 세입 확충 방안으로 검토,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사업장·본사가 위치한 수원·용인·평택·화성 등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용인의 경우 반도체 관련 기업을 대거 유치해 기반시설 구축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이라며 “그 결실이 세금인데 시·군의 재정 자주성을 훼손하는 방침을 도가 공식화한다면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근 화성시장도 “기초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40% 수준인데 이를 나눠 쓰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세법을 손질한다면 오히려 법인세(국세)의 10%인 법인지방소득세를 15%로 늘려 증가분(5%)을 광역단체 몫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앞서 화성시의회는 도지사직인수위에서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 검토방안이 알려지자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화성시의회는 “시·군이 거두는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업유치를 위해 도로를 넓히고 기반시설을 구축하며 발로 뛴 노력의 결실이자 향후 지속적인 미래산업에 재투자해야 할 소중한 재원”이라며 “경기도 재정악화 타계 대책으로 법인지방소득세 공동 세원화가 논의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광역·기초 지방정부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시장은 “법인지방소득세 광역 귀속은 현행 법률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 법을 바꿔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추 지사가 반도체 클러스터 성공적 조성을 약속한 만큼 이를 위해 기초지자체가 공동 투자하고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필요한 인프라, 교육 기반, 청년 주택 등에 공동 대응하는 기금 조성 등 시민들이 공감할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이 시장은 “지역에서 발생한 세수를 도가 걷어서 다른 지역에 쓰겠다면 국민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며 “지역과 경기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인세는 국가가 법인의 소득에 부과하는 국세이고 법인지방소득세는 지자체가 부과하는 지방세다. 법인세는 국세청에 신고·납부하며 2026년 이후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 10%~25%, 법인지방소득세는 각 지자체에 납부하며 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 0.9%~2.4%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