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방산 파트너십 2.0’ 제안…‘나토의 벽’ 뛰어넘을까

2026-07-08 13:00:0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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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연구·생산·운용 함께하자” … 한·나토 조달협정 협상도 개시

나토 이틀차도 방산외교 … 노르웨이·네덜란드·루마니아 연쇄 회담

이재명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데뷔 무대에서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제안했다.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공동 연구·생산·운용 체계에 한국이 참여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하며 K-방산이 유럽 시장을 뚫는 데 최대 과제로 꼽혀온 ‘나토 동맹의 벽’을 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방위산업포럼 제4세션 ‘공동의 가치, 더욱 강한 산업기반’ 기조연설에서 “단순히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현재의 방산 협력을 넘어 무기체계를 함께 연구하고, 함께 생산하며, 함께 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해 나가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무기를 사고파는 거래 관계를 넘어 연구개발부터 생산, 공급망, 운용까지 함께하는 ‘방산 동맹’으로 협력을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든 국제 안보 환경에서 방산 협력의 핵심 조건이 ‘신뢰’라고 봤다. 이 대통령은 “어떠한 상황에도 공급이 끊기지 않으리라는 확신, 핵심기술이 반드시 안전하게 지켜지리라는 믿음 없이 진정한 연대와 협력은 존재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은 그 신뢰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토와 한국은 참혹한 전쟁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며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평화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파트너”라면서 “대한민국의 안정적인 생산 역량과 검증된 기술력이 나토의 오랜 노하우와 합쳐진다면 양측의 안보 역량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한-나토 조달기본협정’ 협상 개시에도 합의했다. 협정이 체결되면 연간 1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나토 공동조달시장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 외에 기존 탄약·우주 분야 다국적 협력사업에 이어 방산 핵심 원자재 사업에도 옵서버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나토 공급망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게 됐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전날 발표된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사업(CPSP) 결과와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한화오션은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에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내줬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발표에서 “TKMS가 독일과 노르웨이 발주 물량 일부를 캐나다로 재배정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첫 4척의 인도 시점을 2034년으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승패를 가른 것은 나토 회원국 간 협력 체계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오션도 사업 결과 발표 이후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오갔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페이스북에 “1949년부터 이어져 온 강력한 군사안보 동맹인 나토의 두터운 벽을 단번에 넘어서기는 역시 쉽지 않았다”며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다져온 끈끈한 안보 동맹과 군수 상호운용성의 역사적 무게를 실감한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파트너십 2.0’ 제안과 조달기본협정 추진은 나토의 벽을 뛰어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벽이 높을수록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법”이라고 말했다. 나토 방산 생태계에 파트너로 편입하기 위해선 나토 표준에 맞춘 공동 연구개발과 공급망, 공동조달 체계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에 절실히 느낀 셈이다.

나토 정상회의 이틀째인 8일 이 대통령은 노르웨이·네덜란드·루마니아 정상들과 연쇄 양자회담을 갖고 방산과 공급망, 첨단기술 협력 확대를 논의한다. 노르웨이와는 신재생에너지와 공급망, 네덜란드와는 인공지능(AI)과 배터리 등 첨단기술, 루마니아와는 원전과 인프라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조우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나토 일정을 마친 뒤 몽골로 출국해 9일부터 국빈 방문 일정을 수행한다.

앙카라 =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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