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메신저에 AI 비서 붙인 텐센트

2026-07-09 13:00:04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주문 대행 ‘샤오웨이’ 시험

슈퍼앱 경쟁 새 승부처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국민 메신저 위챗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붙이며 ‘슈퍼앱’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위챗 안에서 음식 주문, 항공권 예약, 택시 호출 같은 일을 대신 처리하는 AI 비서 ‘샤오웨이’가 초기 시험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거대 AI 모델 경쟁에서는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던 텐센트가 14억명이 쓰는 위챗 생태계를 앞세워 반격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는 8일 텐센트가 6월 말부터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위챗 내 AI 비서 샤오웨이 시험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샤오웨이는 사용자가 말이나 글로 지시하면 위챗 안의 미니프로그램을 불러내 일을 처리한다. 식사를 주문하거나 항공권을 예약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별도 앱을 여는 대신 위챗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관련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아직 기능은 초기 단계다. 블룸버그가 직접 시험한 결과 처리 속도는 몇분씩 걸릴 수 있고, 일부 단계에서는 사용자가 다시 개입해야 했다. 샤오웨이가 각 서비스와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기보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누르는 동작을 흉내 내는 방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작은 오류가 나면 전체 과정이 중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는 알리바바의 AI 플랫폼 ‘첸원’이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첸원은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와 직접 연결돼 사용자의 선택지를 카드 형태로 보여준다. 화면을 일일이 누르는 방식을 흉내 내기보다 뒤쪽 시스템에서 바로 연결하는 구조다. 앤트그룹도 위챗의 경쟁 앱 알리페이 안에서 대화형 AI 비서 ‘아바오’를 초청제로 시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는 위챗의 압도적인 생활 접점이다. 위챗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결제, 쇼핑, 음식배달, 차량 호출, 게임, 업무 대화가 모두 얽힌 중국의 사실상 디지털 운영체제다. 샤오웨이가 이 안에 깊숙이 들어가면 이용자는 별도 앱을 옮겨 다니지 않고 위챗 안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샤오웨이는 대화 내용을 요약하거나, 단체 채팅 안에서 맥락을 파악해 답장을 초안으로 써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중국 직장인들이 수십개 업무용 위챗 단체방에 묶여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실용성이 크다. 위챗의 소셜 피드인 ‘모멘트’에서 친구들이 올린 글의 주요 흐름을 요약해주는 기능도 있다.

다만 텐센트는 제한 장치도 뒀다. 같은 메시지를 수천명에게 자동 발송하는 스팸성 기능은 막았고, 전체 대화 기록을 긁어 사회관계망 지도로 만드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친구에게 홍바오를 보내는 결제 기능 역시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승인해야만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투자은행 JP모건의 알렉스 야오 중국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향후 6~12개월의 쟁점은 위챗 에이전트의 6월 베타 시험이 투자자들이 이 로드맵에 더 이상 0의 가치를 매기지 않도록 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제공했는지 여부”라며 “우리는 그렇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결국 샤오웨이는 아직 완전한 자율형 AI 비서는 아니다. 하지만 텐센트의 승부수는 가장 뛰어난 AI 모델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중국인의 일상과 결제, 업무, 소비가 모인 위챗 안에 AI를 심어 이용자를 더 오래 붙잡는 데 있다. 슈퍼앱의 다음 경쟁은 앱을 얼마나 많이 품었는지가 아니라, 그 안의 일을 AI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대신 처리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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