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상자산 압류 2년새 7배 급증

2026-07-09 13:00:17 게재

2023년 423건서 지난해 3136건으로

가상자산 환전·세탁 실형 잇따라 선고

가상자산(코인)을 대상으로 한 법원의 압류 사건이 최근 2년 새 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법원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빠르게 늘면서 예금·주식과 같은 집행 대상 재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집계한 가상자산거래소 대상 압류 사건(제3채무자 지정)은 2023년 423건에서 2024년 958건, 지난해 3136건으로 최근 2년 새 7.41배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올해도 이어져 1~5월에만 지난해 전체 접수 건수(3136건)의 83.2%에 달하는 2608건이 접수됐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통계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제3채무자로 하는 압류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라며 “올해도 압류 사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고 말했다.

민사 판결이나 지급명령 등 집행권원을 확보하면 채무자가 거래소에 보유한 가상자산 이전청구권을 압류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채권자들이 예금뿐 아니라 가상자산까지 강제집행 대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세금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압류·매각하거나 추심해 체납세를 징수하는 등 체납처분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국세청은 2021년 고액 체납자 2416명의 가상자산을 압류해 366억원을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에는 거래소 예치 자산뿐 아니라 하드웨어 지갑(콜드월렛)에 보관된 가상자산까지 압류 대상을 넓혔다. 지방자치단체도 거래소 예치 가상자산을 활용한 체납 징수를 확대하며 가상자산을 주요 체납처분 대상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법원도 민사집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거래소 예치 가상자산과 이전청구권을 강제집행 대상으로 명확히 하고, 집행관이 이를 이전받아 매각하거나 채권자에게 직접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가 어려운 가상자산은 유동성이 높은 가상자산으로 교환해 처분할 수 있도록 했고, 가압류와 처분금지 가처분 절차도 신설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개정이 특정 범죄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가상자산 관련 권리에 대한 집행 근거를 마련하고 절차를 명확히 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형사사건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집행권원을 확보한 범죄 피해자도 가해자의 가상자산에 대해 강제집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형사재판에서도 가상자산을 이용한 범죄수익 이전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고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금 2억2040만원을 리플(XRP)로 환전해 해외 전자지갑으로 송금한 ‘코인 환전책’에게 사기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현금수거책과 코인 환전·자금세탁에 가담한 조직원들에게도 잇따라 실형을 선고하며 범죄수익 이전과 은닉을 조직범죄의 핵심 역할로 판단했다.

이사백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법무법인 새별)은 “이번 민사집행규칙 개정은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의 법적 근거와 절차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다만 해외 거래소 등을 통한 범죄수익 은닉에 대응할 국제 공조와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 강화와 함께 범죄수익 환수의 실효성을 높여 범죄가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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