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통제, 세계 공급망 흔든다

2026-07-10 13:00:11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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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정부, 국영 DSI로 수출창구 일원화 … 시장 개입 강화에 가격·기업활동·주변국 공급망까지 파장

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카라왕의 한 주유소에 B50 바이오디젤 사용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7월 1일부터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 50%와 일반 경유 50%를 혼합한 연료(B50) 사용을 의무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한 때 원유와 천연가스가 주요 외화수입원이었던 산유국이었지만 매장량 고갈과 신규탐사 투자 부족으로 현재는 석유제품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지금은 오히려 석탄, 팜유제품, 니켈 합금, 고무 등이 나라 경제를 지탱한다. 석유수입국이 된 인도네시아는 천연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외화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원료 형태보다는 가공 후 제품수출을 추진해 왔다.

천연자원 기반 산업 중에서도 팜유 산업은 인도네시아 경제에 특히 중요하다. 팜유 산업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돼 플랜테이션의 확대와 함께 성장했다. 팜유 수확 면적은 2025년 1400만 헥타르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200여개 기업과 소규모 농가가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기업집단 대부분이 팜유산업에 진출했고 말레이시아 등 외국 기업의 투자도 많다.

팜유 산업의 공급 체인은 복잡하다. 한 송이에 15~25㎏인 기름야자나무 열매의 과육에서 짠 조팜유(CPO)와 씨에서 짠 팜씨앗유(PKO)는 식용유, 마가린 등 수 많은 식품, 올레오케미칼, 바이오 디젤 등으로 가공된다. 대기업들은 팜 플랜테이션에서 조팜유를 비롯해 식품, 바이오 디젤까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공급 체인에 따라 농장 관리, 열매수확, 과육과 씨앗의 분리, 착유, 그리고 최종 식품 가공 단계까지 수백만명이 팜유산업에 종사한다.

인도네시아 팜유산업협회에 따르면 조팜유 생산량은 2025년 5655만톤, 팜씨앗유 생산은 489만톤이었다. 조팜유가 팜씨앗유보다 많은 이유는 과육에 함유된 기름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팜유제품의 국내 소비량은 2477만톤이고, 수출은 3234만톤으로 팜유 2569만톤 올레오 케미칼 508만톤 정도였다. 협회는 팜유 관련제품 수출이 지난해 359억달러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정부 공식 무역통계로도 팜유 수출은 2025년 271억달러로 총수출 2804억 달러의 9.6%에 이른다. 이는 의류(73억달러), 전기기기(101억달러), 자동차(72억달러)보다 많고 원유·가스 수출 (84억달러)보다도 많은 것이다. 팜유 수출액은 2000년대 초반 20억달러 정도였으나 2010년 150억달러로 증가해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수출국이 되었다.

국내공급 의무·수출세가 만든 가격지지 장치

팜유산업은 명암이 있다. 고용창출, 외화수입 등 경제에 큰 기여를 하지만 열대림의 벌채,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유럽 환경단체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19년에는 원시림 벌채에 대한 영구적인 모라토리엄을 시행했다. 이제 대형 직영 플랜테이션을 늘리기 어려운 기업들은 소규모 농장과 계약재배를 확대하거나 파퓨아 뉴기니아와 아프리카까지 팜 플랜테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조팜유 생산량의 20%를 국내 시장에 공급한 팜유 생산자에게만 수출을 허가한다. 이를 DMO라고 하는데, 국내 식용유 가격 안정, 국가 바이오디젤 프로그램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공급 가격은 정부가 설정하므로 당연히 수출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 또한 수출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가공 단계별로 다르지만 지난 3월 1일부터 조팜유에는 12.5%가 부과된다. 이전의 10%에서 인상한 것이다.

또한 바이오 연료 사용 확대를 위해 CPI에서 제조한 바이오 디젤을 일반 디젤과 혼합하도록 강제하는데 그 비율은 계속 증가해 왔고 지난 7월 1일을 기해 혼합율을 50%로 올렸다. 연초까지만 해도 이 비율을 기존 40%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란전쟁 발발로 유가가 급등하자 바꾼 것이다. 수출과 관련된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국내수요를 증가시키고 수출물량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며 세계시장에서 팜유 가격을 지지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DSI 단일 창구, 시장 개입의 새 단계

이들 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개입이 최근에 시작됐다. 지난 5월 20일 프라보워 대통령은 의회에서 팜유제품, 석탄, 철합금의 수출창구를 국영기업 다난타라 수므베르다야 인도네시아(DSI)로 일원화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6월부터 시작하는 이행기를 거쳐 내년 1월부터 DSI는 완전한 단독 수출업체로 전환될 전망이다. 국내 생산자는 DSI에 팜유제품을 판매해야 하며, DSI는 모든 수출을 직접 처리하고 수출 수익금의 100%를 외화로 수령한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특히 주목한 것은 팜유제품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에 수출한 팜유의 수출금액이 미국 수입업자가 지불한 금액보다 57%나 낮은 정도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수출기업들의 저가 신고, 이전 가격 조작, 해외 유령회사를 통한 수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확보한 외화가 해외에 은닉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4년(1991~2024년) 동안 이러한 관행으로 국가가 입은 손실이 9080억달러, 약 15조4000억루피아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교사, 경찰, 공무원들의 급여가 낮고, 항상 예산이 부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출 창구 일원화의 목적은 재정수입 확대, 외화 유출 차단, 이전가격 조작 등 불법행위 방지로 설명된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 기능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업체들이 직접 해외에 판매하지 못하고 DSI에만 팜유제품을 팔아야 한다면, 국내 생산자 입장에서 DSI는 사실상 유일한 구매자가 된다. 이는 전형적인 수요독점 구조에 가깝다. 반대로 세계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산 팜유 물량이 DSI라는 단일 창구를 통해 공급되는 만큼, DSI는 독점적 공급자에 가까운 지위를 갖게 된다. 경제학 원론의 관점에서 보면 수요독점 시장에서는 공급자가 경쟁시장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고, 독점 또는 독점에 가까운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이 커진다.

정향 독점의 기억과 지대추구 위험

더 중요한 것은 매입과 판매에서 로비 등 소위 지대추구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이 점에서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과거 수하르토 대통령은 1990년 인도네시아의 끄레떽(Kretek) 담배에 사용되는 정향(Clove)의 수매와 판매독점권을 자신의 셋째아들 토미(Tommy)에게 주었다. 그는 농민들로부터는 정향을 저가에 수매하고 크레텍 담배제조업자들에게는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했다. 외환위기로 IMF와의 협약에 따라 이 독점권이 폐지될 때까지 정향독점권은 부패의 대명사가 되었다. 당시 정향은 90%가 국내 소비였고 팜유제품은 절반 이상이 수출된다는 점, 토미가 독재자의 아들이라는 점과 적어도 현재는 그런 연고가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매입시장의 수요독점과 판매시장의 독점이라는 시장 형태는 여전히 문제로 보인다.

팜유 수출정책 변경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멀리는 중국 인도 등 주요 수입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팜유시장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각각 50.5%, 30.7%를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인도네시아가 수출 가격을 끌어올리면 말레이시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공급 확대 여력은 제한적이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보다 먼저 플랜테이션 개발을 규제해 팜유 수확 면적이 약 560만헥타르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게다가 SD 거스리처럼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둔 말레이시아 기업들도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SD 거스리는 2025년 총 식목 면적 56만헥타르 중 17만헥타르, CPO 생산량 222만톤 중 59만톤을 인도네시아에 두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문제 삼는 팜유 수출의 저가 신고, 조세 우대 지역의 유령회사를 통한 이전가격 조작, 외화의 해외 은닉 등은 싱가포르와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인도네시아 기반 팜유업체들이 자카르타가 아닌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해 있다. 윌마 인터내셔널을 비롯해 10곳 안팎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앞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수출 활동을 할 때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이 상당 부분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우려로 5월 20일 전후 싱가포르 상장 인도네시아계 팜유업체들의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후 대부분 10~20%가량 밀렸다.

한국도 공급망 영향권에 있다

우리는 지난해 6억6000만달러의 팜유제품을 수입했고 올해 5월말까지 3억달러의 제품을 수입했다. 인도네시아보다 말레이시아서 도입되는 양이 약간 많다. 또 여러 기업들이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출창구 일원화가 팜유제품의 국제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박번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