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손자병법

코스피는 있는데, 왜 퇴직연금 종합지수는 없을까?

2026-07-10 13:00:0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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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사상 처음 60조 원을 넘어섰다. 한편 퇴직연금 적립금은 500원을 넘어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기 위한 투자다. 다른 하나는 국민의 노후와 미래행복을 책임지기 위한 투자다.

국가안보에는 지휘체계가 있고 작전권이 있으며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정보와 적정 감시체계가 작동한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노후행복을 책임지는 퇴직연금에는 자본시장 상황과 운용정보를 분석·판단할 수 있는 시장 공통의 기준과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잠시 생각이 멈춘다. 우리는 매일 코스피(KOSPI)와 코스닥(KOSDAQ)을 보며 시장의 흐름을 읽는다. 주가가 오르면 경제를 이야기하고 떨어지면 투자전략을 수정한다. 단 하나의 숫자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공통 언어이자 시장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퇴직연금시장에는 아직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하는 종합지수가 없다.

가입자는 자신의 퇴직연금이 전국 평균보다 우수한지, 소속 기업의 운용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가입한 금융회사의 장기 운용성과는 경쟁력이 있는지 한눈에 알기 어렵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읽고 비교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노후자산, 공통 기준이 없다

손자는 ‘손자병법’ 용간편에서 말했다.

“선지(先知)는 불가취어귀신(不可取於鬼神) 불가상어사(不可象於事) 필취어인(必取於人).” 미리 아는 것은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에서 시작된다는 뜻이다.

전쟁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본대가 아니라 척후병이다. 척후병은 적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하고 위험을 경고하며 지휘관의 판단을 돕는다. 정보가 승리를 만들고 정보의 부재는 패배를 부른다.

자본시장도 다르지 않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척후병이자 파수꾼이다. 시장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고 위험을 경고하며 투자자의 판단을 돕는다.

그렇다면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퇴직연금시장에도 미래를 먼저 읽고 위험을 알려주는 파수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입자가 중심 되는 정보체계

그 해답으로 HAPI(Happy Asset Pension Index), 대한민국 퇴직연금 종합지수를 제안한다.

HAPI는 단순한 수익률 순위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와 미래행복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새로운 공통 기준이다. HAPI-A는 종합지수, HAPI-B는 DB형, HAPI-C는 DC형, HAPI-D는 디폴트옵션, HAPI-I는 개인형퇴직연금(IRP), HAPI-N은 기업별 경쟁력, HAPI-T는 장기 투자기간(Term)을 중심으로 자산시장 흐름과 장기 운용성과를 종합 분석하는 지수다.

이 체계가 구축되면 퇴직연금은 비로소 ‘보이는 시장’이 된다. 가입자는 자신의 HAPI-I를 통해 노후자산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기업은 HAPI-N으로 복지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판매 경쟁이 아닌 장기 운용성과로 평가받고 정부는 국민 노후자산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책의 효과를 점검할 수 있다.

연금주권 회복의 첫걸음

무엇보다 HAPI가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가입자주권, 나아가 연금주권의 회복이다. 대한민국은 국가주권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와 감시체계가 중요하듯 국민이 평생 일하며 모은 노후자산에도 그에 걸맞은 정보와 판단기준이 필요하다.

HAPI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퇴직연금의 중심을 금융회사에서 가입자로 옮기는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이다. 판매 경쟁을 운용성과 경쟁으로, 막연한 기대를 데이터 기반의 판단으로 바꾸며, 가입자 또한 자신의 노후행복자산을 책임지는 ‘운용사의 CEO’라는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주식시장에는 코스피가 있고 코스닥이 있다. 이제 퇴직연금시장에도 국민 모두가 함께 읽고 활용하는 공통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 언어가 바로 HAPI다.

국가안보에는 작전권이 중요하듯 국민의 노후행복에는 연금주권이 중요하다. 코스피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파수꾼이었다면 HAPI는 국민 노후행복자산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연금주권을 회복해 내 연금을 웃게 하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이영하 연금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