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후테크 시장 ‘옥석가리기’…투자 기준도 변화

2026-07-13 13:00:0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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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거래와 특정 분야에 쏠림 현상 … 기후목표 넘어 에너지안보와 커지는 인공지능 전력 수요에 관심

높아지는 관심만큼 국제 기후테크 시장의 판도 변화도 빨라지고 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유지되지만 자금은 소수 대형 거래와 특정 분야로 쏠리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옥석가리기에 들어갔다.

국제 기후테크 시장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후목표는 물론 에너지안보와 인공지능 전력 등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분위기다. 사진은 인공지능 합성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13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의 ‘2026 기후테크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후테크 벤처투자(VC)액은 290억달러로 역대 3번째로 많았다. 상위 10건의 대형 후기단계 거래가 전체 투자액의 28%를 차지했고, 투자를 받은 기업의 52%는 전년 대비 순현금소진율을 줄였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조사 결과 역시 비슷했다. 올해 1분기 국제 기후테크 VC 투자액은 143억달러로 2023년 3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10억달러 이상 대형 거래 3건이 모두 유럽 기업에서 나왔다. 벤처투자 정보업체 ‘넷제로인사이트’의 ‘2026년 1분기 기후테크 현황’ 보고서의 경우, 자금 조달 규모는 안정적이나 투자자들이 확신이 서는 프로젝트에만 선택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중에서도 지열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미국 퍼보에너지(Fervo Energy)는 지난해 12월 4억62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E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시리즈E는 사업모델이 어느 정도 검증된 후기 성장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 받는 스타트업에게 쓰는 용어다.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보고서 ‘차세대 지열에너지: 광범위한 활용 가능성과 경제성’에서는 퍼보에너지가 활용하는 향상형지열시스템(EGS)의 시추 시간이 2년 만에 70% 단축됐다며, 소수 화산지대에 국한됐던 지열발전을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자원으로 바꿔놓을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날씨와 무관하게 24시간 가동 가능한 ‘무탄소 상시전원’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핵심 요인이다.

탄소포집·제거 시장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탄소제거기술: 시장 개관과 오프테이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45Q 세액공제는 직접공기포집(DAC) 기업들이 정부 자금의 최대 수혜를 받는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45Q 세액공제는 기업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활용할 경우 톤당 일정 금액을 세금에서 공제해 주는 미국의 탄소포집 지원 제도로, 비용이 높은 DAC 기술에 상대적으로 높은 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다만 DAC 처리 비용은 톤당 500~1200달러로 여전히 다른 제거 기술보다 압도적으로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200~400달러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와 전력망 기술 역시 지형이 바뀌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간하는 테크놀로지리뷰는 지난 1월 발표한 연례 기획 ‘10대 유망기술 2026’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와 차세대 원전을 기후·에너지 부문의 핵심 기술로 꼽았다. 전기차·에너지저장용 배터리 시장 선두업체인 중국 CATL이 지난해부터 나트륨이온 배터리 양산에 들어가는 등 리튬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술적 시도가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실험적 벤처 영역에 머물던 기후테크가 에너지안보와 인공지능 확대로 커지는 전력수요라는 구체적이고 시급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판을 새롭게 짜는 분위기다. 최근 중동발 에너지위기로 화석연료 순수입국을 중심으로 자국 내 청정에너지 확보 유인이 커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넷제로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은 배터리·태양광·핵심광물 관련 제조 거점을 소비 시장 인근으로 옮기도록 유도한다. 에너지·기후 전문 리서치 기관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은 2024년 약 35기가와트(GW)에서 2035년 106GW로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며, 이는 지열·차세대 원전 같은 상시전원 기술 수요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는 요소로 꼽힌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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