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기준과 호환되는 인공지능기본법으로 개선”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 해결부터
해외자본·인재영입 문턱 낮춰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국제 정합성보다 국내적 관점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공지능기본법 하위법령부터 ‘세계 기준과 호환되는가’를 묻는 심사 기준을 세워주십시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스타트업을 세계 무대로:경제외교로 여는 잠재 기업의 국제 성장 전략’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공지능 규제 △콘텐츠 심의 △해외법인에 대한 자본 규제 △클라우드 주권 등 스타트업이 해외로 나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규제 격차가 잇따라 지적됐다.
최 대표는 또 “해외 자본과 인재를 받아들이는 제도 문이 여전히 좁다”며 “해외 투자 유치와 국제 인재 영입의 문턱을 낮춰 우리 기업이 세계 자본으로 국제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기본법은 인공지능을 특정 분야별 개별 규제가 아닌 포괄적 상위법으로 규정한 법이다. △국가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공지능기본계획 수립 △국가인공지능위원회(대통령 직속) 운영 근거 △고영향·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안전·신뢰 조치(워터마크 표시 의무 등) 등을 담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과 규제 혁신을 위한 정책 활동을 벌여온 단체다.
최혁재 스푼랩스 대표는 “제도 개선이나 정부 지원을 얘기하기 전에 대한민국 기업들이 국내 역차별을 당하는 문제부터 해결해 달라고 몇년째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하고 있지만 변화하는 게 없다”며 “한 예로 중국 숏폼 등 콘텐츠 회사는 국내 심의를 받지 않지만 대한민국 회사들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에 걸쳐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중국 회사들이 국내 숏폼 콘텐츠 시장 1, 2위 자리를 차지했다”며 “대한민국 스타트업으로서 안방에서 체력을 키워서 나가고 싶은데 역차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스푼랩스는 숏폼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다.
이도경 본에이아이 대표는 “국외 창업 기업을 바라보는 정책은 여전히 자본과 기술 유출을 걱정하는 낡은 규제 틀에 갇혀 있다”며 “정부의 공식 통계조차 없지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적 창업자가 미국에 세운 기업이 200개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상당수가 국제 투자 유치나 채용을 위해 해외에 본사를 뒀을 뿐, 실제 제품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현행 제도가 우려하는 자본·기술 유출과 달리, 이들 기업을 오히려 압도적인 자본 유입 창구로 봐야 한다”며 “방어하고 규제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전진기지이자 대한민국의 보물로 봐야 하고, 창업가 중에서도 손흥민 같은 월드클래스가 나올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외 창업 기업을 바라보는 정책적 틀을 획기적으로 바꿔 적극적인 육성으로 전환해달라”고 촉구했다. 본에이아이는 피지컬 인공지능 시스템 기업이다.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사업 초기부터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할지, 해외로 나갈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며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해외 톱티어 솔루션 플랫폼 위에서 관련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 국내 공공시장에는 들어갈 수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공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클라우드에 맞춰 개발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손해가 너무 크다”며 “미국은 이미 약 20년 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보완했다”고 덧붙였다. 채널코퍼레이션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구독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고객상담·관계관리(CRM) 솔루션 ‘채널톡’을 운영 중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 건 의원은 “입법이 혁신의 안전벨트가 돼야 한다”며 “새로운 혁신을 멈추는 주차 브레이크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아영 김창배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