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 꺾이면 달러도 흔들린다”
아폴로 “달러, AI 투자 열풍에 의존”
조정 땐 해외자금 이탈로 약세 우려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조정이 깊어질 경우 미국 달러화도 함께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I 열풍을 타고 미국 증시에 유입된 해외 자금이 최근의 달러 강세를 떠받친 만큼, 투자심리가 꺾이면 주식과 달러가 동시에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AI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국 증시로 들어오는 해외 자금이 줄어들면서 달러화에 상당한 하방 위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달러화가 “AI 투자 열풍에 숨겨진 의존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관련주에 투자하려는 해외 자금이 미국 증시로 몰리면서 최근 1년 누적 기준 외국인 순유입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사려면 자국 통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미국 증시로 자금이 들어올수록 달러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문제는 해외 투자자 대부분이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금리가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보다 높아 달러 하락에 대비한 환헤지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은 환헤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AI 주식에 대한 신뢰가 약해져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팔고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면 달러 매도까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투자비가 실제 수익으로 언제 연결될지를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도 6월 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뚜렷한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한 채 횡보하고 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가 이르면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은 달러 강세 요인이다.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담 때문에 긴축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만 금리를 올리면 달러 자산의 매력은 더 커질 수 있다.
AI 열기와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떠받치는 반면, AI주 조정에 따른 해외 자금 이탈은 달러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