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향한 홈플러스 생존권 호소 확산
막다른 길 몰린 노조·점주 … 시민사회도 공적 대응 요구
회생절차가 중단되고 전국 점포까지 문을 닫으면서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 점주들이 마지막으로 정부 개입을 호소한다.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운영자금 마련을 놓고 이른 바 ‘핑퐁게임’을 하는 사이 정상화 가능성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민간 차원의 해법이 사실상 막힌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입점 점주협의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영업권 보장과 생계 대책 마련을 호소할 예정이다. 전국 각지에서 점주들이 참석해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할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이어진다. 부산 센텀시티점 입점업체들은 임시 휴업 결정 전부터 사비를 모아 화장실을 청소하며 매장을 유지해 왔지만, 휴업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아 손쓸 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일부 점포는 전기요금 미납으로 단전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입점업체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입점업체들은 더는 자체적으로 버틸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마트 운영이 멈추면서 피해가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어 공공부문의 중재 없이는 상황을 수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계도 행동에 나섰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지난 13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사태는 투기자본이 국민의 일터와 삶을 무너뜨린 사회적 재난”이라며 범정부 비상대책기구 구성과 신속한 지원책 마련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노조 간부 등 5명은 청와대 앞 도로로 진입을 시도하며 대통령의 직접 중재를 요구했지만 경찰에 제지됐다.
노조는 “37개 점포 폐점과 휴점에 이어 남은 67개 점포까지 임시 휴업하면서 홈플러스가 사실상 해체 위기에 놓였다”며 “노동자와 입점업주, 협력업체를 포함한 10만명의 일터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 회생을 시장에만 맡겨 둘 경우 피해가 노동자와 소상공인에게 집중될 수 있다며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거듭 요구했다.
유통업계에서는 MBK와 메리츠가 운영자금 책임을 서로 미루는 사이 홈플러스가 정상화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회생절차가 폐지된 데 이어 전국 점포마저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정상화보다 청산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노조와 점주들이 정부를 향한 호소를 이어가는 것도 민간에서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노동계를 넘어 시민사회로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학계와 종교계, 언론계, 예술계,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 각계 대표 136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긴급 운영자금 마련 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홈플러스 사태를 단순한 기업 회생 실패가 아니라 노동자와 협력업체, 소상공인까지 영향을 받는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15일 메리츠금융그룹 앞 집회에 이어 16일에는 일반 직원들이 참여하는 1500~2000명 규모의 집회도 예고했다. 또 14일에는 MBK 관계자들과 만나 영업 중단 결정의 배경과 즉시항고 여부, 향후 정상화 방안 등을 따질 예정이다. 이번 면담은 MBK측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으며 홈플러스는 오는 20일까지 즉시항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와 MBK, 메리츠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홈플러스 정상화는 물론 노동자와 입점업주, 협력업체를 포함한 약 10만명의 고용과 생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