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연관산업·해양수도권 육성 속도 줄었다
HMM 랜드마크급 사옥 위치 감감 … 서남권 반도체팹 부지는 7일만에 선정
동남권투자공사법 7개월째 국회 계류 … 6개 해양공공기관 이전도 계속 지연
‘대한민국 마지막 기회’라며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육성에 대한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물류 산업 에너지 외교 등 광범한 분야의 일을 집중해서 속도있게 추진하기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에 대한 요구가 컸지만 대통령실이 아닌 총리실에 설립하기로 한 북극항로위원회도 구성되지 못한 채 ‘힘없는’ 해양수산부가 근근이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남권투자공사법은 7개월째 국회에 계류 중이고 해양수산부 산하 6개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도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피지컬AI(인공지능) AI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집중하면서 정부의 정책우선순위에서 더욱 멀어지고 부산시 업무로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양수도권 육성 투자금액 불확실 = 정부가 지난달 29일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한 후 해양수도권 육성은 정부의 관심도와 집중도 업무추진빙식에서 확연히 비교되고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서남권 반도체공장 800조원 등 기업의 투자금액이 제시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시설과 인력육성 등의 속도를 내겠다며 청와대에 담당자를 두고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남권 반도체공장 부지도 정책발표 일주일만인 6일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통해 광주 군공항 부지로 결정났다.
하지만 해양수도권 육성은 아직 구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해수부와 부산시를 벗어나면 정부의 관심도 떨어진다. 해수부는 부산으로 옮겼지만 당초 이재명 대통령이 공언했던 ‘대통령실 별동대’로서 위상과 힘은 없다.
14일 복수의 북극항로추진본부 관계자는 “예산협의를 위해 기획예산처 등을 만나서 부산 울산 경남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북극항로 연관산업 육성을 위한 일을 왜 해수부가 하느냐는 말을 들으면 답답하다”며 “북극항로 활성화와 해양수도권 육성이 대한민국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아니라 부산이나 동남권 사업으로 축소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공포한 ‘북극항로특별법’은 북극항로 연관산업을 △북극항로를 활용한 선박 운항과 관련된 산업 △북극항로 운항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및 서비스와 관련된 산업 △북극항로 활용 확대에 따라 촉진디는 산업으로 설정했다.
해운 항만 물류 관련 산업을 넘어 △해양과학기술 관련 산업과 정보통신산업 △인공지능산업과 데이터산업 △소재 부품 장비 관련 산업과 조선 플랜트 관련 산업 및 선박부품 기자재 관련 산업 △수산업 △에너지공급 관련 산업 △관광 관련 사업과 해양레저관광산업 △보험업 및 여신전문금융업 관련 산업 △우주개발사업 및 기상산업 △환경친화적 선박 관련 산업 등을 연관산업으로 명시하고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산업을 추가할 수 있게 했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북극항로 활성화와 해양수도권 육성의 핵심이고 목적이라는 것은 정부의 ‘남부 해양수도권 육성방향’에도 명확히 담겨있다. 정부는 △부산은 국제 해양비즈니스 중심지로 △울산은 친환경 에너지 허브로 △경남은 항만물류·제조·인공지능이 결합된 글로벌 공급망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방향을 정했다. 제조 물류 에너지 산업기반과 항만인프라를 갖춘 동남권을 대한민국 미래 해양경제를 이끌 핵심 성장거점으로 조성하겠다고 것이다.
하지만 계획을 실행하겠다는 의지는 해수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연관산업 육성을 뒷받침하고 구체화할 투자계획이나 투자규모를 산정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 이전 압박만 하고 지원책은 감감무소식” = 해운기업 이전 작업도 본사 주소를 부산으로 옮기는 등기 이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최대 해운기업으로 부산상공계 등에서도 부산으로 이전을 원했던 HMM은 4월 30일 노·사합의로 부산 이전을 발표하고 5월 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정관개정을 의결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진전이 없다. 특히 HMM이 원하고 있는 랜드마크급 사옥 건설에 대해 해수부와 부산시가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건설과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최원혁 HMM 대표는 4월 ‘부산시대를 여는 에이치엠엠 노사합의 발표’에서 “부산항 북항에 랜드마크급 사옥을 신축하기로 했다”며 “향후 직원들이 내려가면 부산을 대표하는 상징적 건물로 사옥을 제대로 지어야겠다는 방안을 노사합의 과정에서 도출했다”고 밝혔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최 대표가 부산에 랜드마크급 신청사 공간을 북항이라고 적시했기 때문에 부산항만공사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이후 후속 협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수부는 부산시가 북항 랜드마크부지에 돔구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랜드마크부지는 국유지로 부산시는 소유권이 없지만 이재명정부 초대 해수부장관을 역임하고 6.3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에 당선된 전재수 시장이 해당 부지에 돔구장을 짓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HMM 고위 관계자는 “해수부나 부산시는 부산 내려오면 지원한다고 말을 많이 하지만 지원책을 발표한 것은 없고 기업 이전하라고 압박한다는 소문만 돌고 있다”며 “사옥 건설은 단기간에 계획을 짤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랜드마크 부지를 일자리와 연관된 생산적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분위기지만 부산시에서 돔구장 건설 관련 협의를 요청하면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