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무죄·법인 벌금형’ 재판소원 심리
양벌규정 대상 폐기물법 위반 유·무죄 엇갈려
헌재, 전원부 심판 회부 … 1463건 중 13번째
회사 대표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으나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을 받은 회사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법원 결정이 헌법재판소 재판소원 본안 심리를 받게됐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14일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주식회사 A사가 법원의 재심 청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금속조립구조재 제조업체인 A사와 대표 B씨는 지난 2017년 10월 사업장에 신고 없이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했다는 혐의로 약식 기소돼 2022년 12월 창원지방법원에서 각각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B씨에게 미신고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한 자를 2년 이하 징역형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폐기물관리법상 벌칙 조항을, A사에는 같은 법 조항의 벌금형을 내리는 ‘양벌규정’을 각각 적용했다.
A사와 B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를 했는데, 법원은 이듬해 6월 B씨의 청구만 받아들이고 A사의 청구는 법령상 청구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B씨는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유지됐지만 2024년 8월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A사는 같은 쟁점이 문제 된 기존 확정 벌금 150만원 판결을 다시 살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창원지법 1심·항고심에 이어 올해 3월 10일 대법원도 재항고를 기각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는 지난 4월 3일 대법원 재항고 기각 결정에 불복해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했으며, 정식 심리에서 판단을 받게 됐다.
A사측은 “B씨는 A사의 대표이사로서, A사가 약식명령을 받은 이유는 B씨의 행위가 위법이라는 전제에서 양벌규정이 적용된 결과”라며 “B씨가 무죄라면 A사도 당연히 무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벌규정은 법을 위반한 사람 외에 법인 등 신분을 갖지 않은 자를 처벌하는 법적 수단으로, 주의와 감독을 다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해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취지다.
헌재는 앞서 4월 형사 재판과 행정소송 결론이 ‘무죄’와 ‘과징금 인정’으로 갈렸던 녹십자의 재판소원을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정식 심판에 회부한 바 있다.
이날 결정으로 헌재가 정식 심리 격인 전원재판부 심판에 회부한 재판소원 청구 사건은 13건으로 늘어났다.
헌재는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23일 밤 12시(자정)까지 누적 1463건의 청구를 접수 받았고, 1109건을 지정재판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