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빚투’, 과거 버블 고점 수준까지 급등

2026-07-16 13:00:0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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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융자 1년 새 54% 급증 반대매매가 하락 키울 우려

미국 증시에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가 과거 시장 고점에서 나타났던 수준까지 불어났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특정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에 자금이 몰린 상황에서 주가가 꺾이면 추가 담보 요구와 반대매매가 하락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 CNBC가 15일(현지시간) 보도한 투자자문회사 루솔드그룹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융자(margin debt·마진대출) 잔액은 최근 12개월간 54% 증가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도 함께 커진다.

신용융자 증가율이 40%를 넘어선 시기는 2000년 닷컴버블, 2007년 금융위기 직전, 2021년 투기 열풍 등 과거 증시 고점과 겹쳤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따르면 5월 신용융자 잔고는 1조4000억달러로 불어났다.

문제는 빚이 주가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배당 재투자를 포함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최근 1년 수익률은 약 22%로 신용융자 증가율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주가 상승률을 웃도는 신용융자 증가율도 26%로 루솔드그룹이 위험 신호로 보는 20%를 넘어섰다.

루솔드그룹 분석에서 신용융자 증가율이 40%를 넘은 뒤 S&P500지수의 향후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3%, 6개월은 3.2%에 그쳤다. 1년 뒤에는 평균 0.2% 하락했다. 반면 증가율이 0~40%일 때 1년 수익률은 10.6%였다.

루솔드그룹은 투자 열기가 식어 신용융자 증가세가 둔화하면 그동안 주가를 밀어 올린 매수 수요도 함께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신용융자가 이처럼 빠르게 늘어난 뒤에는 향후 1년 동안 S&P500지수 수익률이 사실상 사라졌다.

스콧 옵살 루솔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낙관하고 위험을 너무 쉽게 받아들이며 탐욕스러워지면 시장은 대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지금 모습은 매우 강한 약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강세장을 떠받친 AI 관련주가 위험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봄 두달 동안 투기성이 높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은 거의 두배로 늘었다. 소수 데이터센터 건설 관련주와 차입 매수에 자금이 동시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유지비율을 밑돌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을 통보한다. 투자자가 정해진 기간 안에 담보를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옵설 CIO는 “데이터센터 건설주 하나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른 종목도 흔들리고, 같은 투자자 집단 전체에 마진콜이 닥칠 수 있다”며 “주가 상승과 차입을 통한 매수 여력이 모두 일부 종목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현재 시장의 위험을 키우는 중요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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