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승강형 등급분리제 우려 제기
서열화 구조로 낙인효과
혁신기업 별도 성장지표 필요
활성화 펀드와 성장자본 요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코스닥시장 승강형 등급(프리미엄·스탠다드)분리제 도입에 대한 벤처창업 업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우량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내 자금과 관심이 상위시장으로 집중되면서 혁신기업의 성장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기 재무지표 중심의 구분이 연구개발(R&D) 중심기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기업 서열화’와 ‘낙인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15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벤처·스타트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등급분리에 따른 자금 쏠림현상을 꼽는다. 프리미엄 시장이 사실상의 우량시장으로 인식될 경우 기관 및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스탠다드 시장은 소외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다수의 벤처기업들은 스탠다드 편입만으로도 시장에서 ‘비우량 기업’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벤처기업 관계자는 “코스닥 등급분리제가 도입될 경우 사실상 또 하나의 코넥스화가 발생해 저평가 및 자금조달 위축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혁신기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방식이다. 현재 논의되는 등급분리제 기준은 시가총액과 매출,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 중심이다. 그러나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딥테크 분야는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초기실적이 낮을 수밖에 없다.
등급분리제의 보완 기능으로의 승강제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승강제로 인해 기업들이 장기 연구개발보다 단기 실적관리에 집중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등급유지나 등급상승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 미래 기술투자보다는 당장의 영업이익과 시가총액 방어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국내 딥테크와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코스닥 승강형 등급분리제 도입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리미엄과 스탠다드처럼 서열을 연상시키는 명칭 폐지 △업종별 상용화 주기를 반영한 기술성장성 분야 신설 △저PBR 공표기업에 대해 연구개발 비율과 지적자산 보유 등 식별표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완책도 요구된다. 코스닥 전체의 유동성공급을 위한 30조원의 활성화 펀드를 조성하고 연기금과 공제회의 스탠다드 기업 투자확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벤처투자조합이 상장 후에도 혁신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성장자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시장 경쟁력은 기업을 나누는 것보다 혁신기업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나온다”라며 “시장 신뢰회복과 투자 활성화를 달성하려면 서열화보다 혁신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체계와 성장자본 공급확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배 기자 goldw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