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별 투표 가이드’까지…민주 전대, 계파전 가열
최고위원 과반 놓고 친명·친청 조직표 경쟁
통합 전대와 거리감 … 전대 룰도 오락가락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갈등 구도가 부상하는 양상이다. 당 대표·최고위원을 놓고 계파간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통합 전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당대회 운영과 관련해 잇단 예외규정을 적용하면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은 20일 여의도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의 합동 연설회를 개최한다. 당 대표에 도전한 김민석·고민정·정청래·김보미·송영길 후보와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낸 박선원·이건태·이성윤·김 용·박성준·박승원·정민철·한민수·서미화·최민희·김영호·임미애·신계륜·김형남 후보(이상 기호순)가 참석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날 연설회 뒤 21~23일 예비경선을 진행한다. 여기서 상위 득표를 한 당 대표 후보 3명과 최고위원 후보 8명이 본경선에서 겨룰 예정이다.
◆대표-최고위원 짝짓기, 수싸움 치열 = 대표 경선에 나선 당권 주자들은 차별화를 통한 당심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김민석 전 총리는 ‘다시 이기는 민주당’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지난 15일 당 혁신안을 발표하며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손발을 맞춘 점을 부각하며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청래 전 대표는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속적인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당의 정통성 계승을 주장하는 한편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과 1인 1표제 등 당원주권을 위해 헌신해 왔다는 점을 앞세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2030 없이 2030년 없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청년 세대와 차기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그는 특히 지방선거 책임론 등을 거론하며 정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연임도전을 놓고 “진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강경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은 ‘젊은 민주당 국민 속으로’, ‘하나 되는 민주당’을 슬로건으로 세대교체와 당의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김보미 전 군의원은 ‘뽑고 싶은 민주당’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민주당 내 기득권 타파와 청년정치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위원·권리당원 투표 각 35%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대표 예비경선에서 이른바 ‘빅3’로 평가되는 김 전 총리, 정 전 대표, 송 의원이 본선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선거인단 1인 1표제로 ‘반 정청래’ 연대를 해 온 김 전 총리나 송 의원 중 1명에게 표가 집중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력주자들은 최고위원 경쟁에 나선 후보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더 모색하는 양상이다. 정치 행보를 함께해 온 최고위원의 수를 늘려야 차기 지도부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14명의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박성준·서미화·이건태·임미애 의원과 김 용 전 부원장은 김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은 정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김영호·박선원 의원은 송 의원과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전 대표 측에서 이들 3명의 당선을 위해 친청계가 조직적인 ‘분산 투표 오더’를 내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 전 대표 지지층을 중심으로 ‘1~4월생은 ○○○, 5~8월생은 ○○○ 등 당원 생일별 투표 가이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 지지층 안에서도 최고위원 후보를 조합해 러닝메이트 형태로 지지를 나눠줘야 한다는 주장이 페이스북 등 SNS에 이어지고 있다.
◆“통합 주장하면서 분열 조장” 비판도 = 당권 주자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연대를 핑계로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치와 비전에 대한 설득이나 공감보다는 계파별 이해에 맞춰 지지를 구하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당권 주자 측에선 ’별일 아니다‘는 반응이다.
정 전 대표는 20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당대회 때마다 늘 있었던 일이고 상대방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전략을 짜는 것까지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운영의 중심이 되는 규정의 잦은 변경도 논란거리다. 대표 경선에 나선 송영길 의원과 최고위원 경선에 참여한 김 용 부원장의 자격이 문제가 됐다. 송 의원은 후보 등록일 기준 복당한 지 6개월이 넘지 않았고, 김 전 부원장은 복역 기간 중 계좌 동결 등으로 당비 납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16~17일 잇따라 최고위를 열어 이들의 전대출마를 허용하기로 했다. ‘상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당규를 적용한 것인데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최고위원들은 예외 적용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당대회 기탁금을 놓고도 오락가락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 대표 출마자에게 1억원, 최고위원 출마자에게 5000만원의 기탁금을 받고, 원외 청년 후보에게는 50%를 감면하는 규정을 적용했다. 후보 등록 전부터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 각각 4000만원, 1500만원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수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외 최고위원 출마자의 반발과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청년 후보들이 힘들어한다니 아쉽다”는 입장표명을 하고 나니 재논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선관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기탁금과 관련한 방침을 다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당의 가장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후보 등록 자격이나 기탁금 등 사전에 충분히 조율할 수 있는 사안을 밀어붙였다가 불필요한 억측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이명환 방국진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