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젊은 억만장자들 세계시장 휩쓴다

2026-07-21 13:00:02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AI·게임·소비재로 부 축적 창업 초기부터 해외 공략

중국에서 인공지능(AI)과 게임, 캐릭터 상품으로 부를 일군 젊은 억만장자들이 세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부동산과 내수 인터넷 사업으로 성장한 이전 세대와 달리 창업 초기부터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다. 막대한 부와 세계적인 사업을 구축하고도 언론 노출은 철저히 피한다.

이코노미스트는 19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젊은 자수성가 억만장자를 배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자산가 순위 집계 기관 후룬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40세 이하 자수성가 억만장자는 최소 29명이다. 올해 41세가 되는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까지 합치면 30명으로 지난해보다 9명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량 창업자다. 중국 AI 개발업체 딥시크가 71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서 그의 자산은 약 380억달러로 불어났다. 이는 미국 AI 개발업체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나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보다 많다. 그러나 그는 중국 방송에 생방송으로 출연한 적이 없고 공개된 사진과 영상도 거의 없다.

돈벌이 수단도 달라졌다. 후룬 명단의 3분의 2 이상이 소비재나 미디어로 재산을 모았다. 7명은 게임, 4명은 차와 커피 사업을 키웠다. 량 창업자 다음 부자는 캐릭터 인형 라부부를 판매하는 팝마트의 왕닝 창업자다. AI로 억만장자가 된 사람은 량 창업자와 문샷AI의 양즈린 창업자 등 3명뿐이며 부동산 부호는 한 명도 없다.

해외 진출 속도도 빨라졌다. 밀크티 체인 차지(CHAGEE)의 장쥔제 창업자는 2017년 회사를 세운 지 2년 만에 첫 해외 매장을 냈다. 차지는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돼 9개국에서 영업한다. 39세 위하오가 세운 가전업체 드리미는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올린다. 방수 소형 카메라 업체 인스타360도 해외 의존도가 비슷하다. 팝마트는 지난해 중국 밖에서 전체의 약 40%인 2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중국 소비 부진이 이들의 해외 진출을 재촉했다.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 근무제’를 앞세운 기존 정보기술(IT) 기업과 달리 새 창업자들은 유연한 근무와 정신건강을 강조한다. 게임업체 미호요의 류웨이 공동 창업자는 ‘즐겁게 일하고 꾸준히 성장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량 창업자도 사람의 뇌가 하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6~8시간이며 과로는 실수를 낳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과 미국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이들의 사업을 언제든 흔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금융당국을 비판한 뒤 그의 사업을 강하게 규제했고 ‘공동부유’를 내세워 부의 집중을 견제해왔다. 후룬의 루퍼트 후거워프 회장은 젊은 부호들이 대중의 시선을 피해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대부분은 외신은 물론 중국 언론과도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가장 세계화됐지만 가장 베일에 싸인 부호 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양현승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