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외국인투자 67% 감소

2026-07-21 13:00:0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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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 직격탄 … 기업들 투자심리 급격히 위축

미국과 이란간 전쟁으로 중동이 세계에서 가장 큰 외국인직접투자(FDI) 감소 지역으로 추락했다.

오랫동안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아 온 걸프 국가들마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며 글로벌 기업들이 신규 투자계획을 잇따라 보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FDI 인텔리전스가 공개한 FDI 마켓츠 자료에 따르면 올해 3~5월 중동지역의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는 1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 580건과 비교하면 67.1% 감소한 수치로, 전 세계 주요 권역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의사결정권자들 “상황 지켜보자” 관망 = 이번 집계는 2월 28일 미국과 이란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3개월간의 투자 흐름을 분석한 것이다. 그린필드 투자는 기업이 부지를 직접 확보해 공장이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의 장기 투자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특히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전쟁 기간 127건의 프로젝트를 유치하며 GCC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기간 400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103건에서 26건으로 급감했다. 카타르는 45건에서 9건, 오만은 13건에서 3건으로 감소했고 쿠웨이트는 신규 프로젝트를 한 건도 유치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에 따른 기업들의 심리 변화가 투자 감소를 키웠다고 분석한다.

위험 컨설팅회사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해미시 키니어 분석가는 FDI 인텔리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쟁과 그 여파로 기업 의사결정권자들이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wait-and-see) 태도를 취하면서 프로젝트 발표와 승인 자체가 연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데이터 및 자문회사인 탤리머의 신흥시장 전략 담당 전무인 하스나인 말릭 텔리머는 “완벽한 안전지대이자 제약 없는 해상무역 거점이라는 걸프 지역의 이미지가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군사충돌뿐만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으로 해상 물류 차질 가능성이 커지고, 이란의 보복 공습 등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투자 위험 프리미엄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감소를 중동 투자환경의 구조적 악화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FDI 인텔리전스는 로펌 왓슨 팔리 앤 윌리엄스의 데이비드 마일스 파트너가 “전쟁 이전부터 일부 대형 프로젝트가 철회되거나 축소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사우디 메가프로젝트 조정과 공급망 문제도 투자 감소의 원인”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가 정상화될 경우 중동 투자심리도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탤리머의 말릭 이사는 “전쟁 이후 정부와 민간이 국가 안보와 핵심 인프라 분야에서 공동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중동의 FDI도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투자, 트럼프 효과봤나 = 한편 중동 외 지역의 3~5월 그린필드 FDI 투자 증감율(전년동기대비)은 신흥 유럽 34.6%, 서유럽 23.9%, 아시아·태평양 11.5%, 아프리카 12.0%, 중남미·카리브해 8.7% 각각 감소했다. 신흥유럽은 일반적으로 서유럽을 제외한 동유럽, 발칸국가, 독립국가연합이 속한 지역을 말한다.

중남미·카리브해 지역은 북미를 제외하고 가장 선방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중동이나 동유럽 등 주요 지정학적 분쟁지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다는 점이 하락폭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는 같은 기간 1517건의 프로젝트를 유치해 지난해 1456건보다 4.2% 증가하며 주요 권역 가운데 유일한 증가세를 기록했다.

북미만 유일하게 투자 증가세를 기록한 데 대해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했던 ‘미국으로의 투자 회귀’ 전략이 일정 부분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읽힌다.

높은 관세로 수입을 억제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지정학적 불안과 맞물리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집중되는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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