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새 주인 찾기

성장 막는 유통산업발전법에 인수자도 머뭇

2026-07-21 13:00:18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긴급운영자금 2000억원은 급한 불 끄기 불과 … 점포, 배송거점 활용해야 매각가치 회복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면서 회생절차를 이어갈 가능성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DIP는 시간을 벌어준 응급처방일 뿐이다. 홈플러스가 정상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새 인수자나 신규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문제는 잠재 투자자에게 기업가치를 높일 사업 모델을 제시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홈플러스가 우선 변제해야 할 공익채권은 5월 말 기준 9399억원(MBK 대위변제 1600억원 별도)에 달한다. 최우선 변제 대상인 인건비만 1000억원 수준이다. 영업을 중단한 67개 매장을 정상화하려면 점포당 최소 30억원, 총 2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DIP만으로는 채무 변제와 영업 정상화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홈플러스의 운명은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투자자는 현재 자산보다 인수 이후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홈플러스의 전국 점포망을 새벽배송과 온라인 주문의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는 데 제약을 둔다. 사업 확장 자체가 제도적으로 제한되는 구조인 셈이다.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대응해 즉시항고에 나선 20일 서울 강서구 본사 앞에 정상화 촉구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낡은 규제, 달라진 시장 = 이 같은 제도는 온라인 유통이 본격 성장하기 이전 시장 환경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유통산업발전법은 2012년 개정으로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 시장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법체계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에 따르면 전체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 비중은 2014년 20.2%에서 지난해 8.1%로 줄었고 온라인은 41.2%에서 58.6%로 확대됐다. KDI는 오프라인 대형마트만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새벽배송 등 새로운 유통모델 도입이 늦어졌고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를 단순한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라 물류·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KDI도 홈플러스 위기를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만이 아니라 대형마트 업태 전반이 겪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로 해석했다.

KDI는 규제 부담이 적은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2024년 1월 기준 쿠팡의 주요 온라인 플랫폼 결제금액 비중이 67.76%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편익은 높아졌지만 특정 플랫폼으로 시장이 집중되는 현상도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홈플러스 위기를 현행 제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대주주 MBK파트너스의 점포 매각과 투자 축소, 경쟁력 약화도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다만 홈플러스뿐 아니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한 점을 감안하면 업태 자체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투자자가 보는 것은 미래 = 해외에서도 영업 제한을 시장 변화에 맞춰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이 온라인 유통 확대에 대응해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완화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부와 여당도 뒤늦게 제도 손질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등을 포함한 제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유지하되 전자상거래 목적의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와 전자상거래 성장으로 대형마트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상화 비용과 노사 문제까지 안고 있는 홈플러스의 매각은 쉽지 않은 과제”라며 “결국 새 투자자를 찾는 것만이 정상화의 해법이지만 현재 조건으로는 인수에 나설 사업자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만으로 홈플러스가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판단과 공익채권 처리, 영업 정상화, 새 투자자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만 점포망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미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매각 흥행도 쉽지 않다. 기업가치는 미래 수익성에서 나온다. 홈플러스 매각은 한 기업의 생존을 넘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시장에 맞게 제도를 손질할 것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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