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조의 그늘…중국 경제 ‘K자 양극화’ 경고등
기술 결실은 자본과 대도시로 쏠려
청년 취업난·장년 고용불안 심화
조세 개편 등 사회안전망 구축 과제
인공지능(AI) 산업이 중국의 수출 증대와 제조업 이익 회복을 이끄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표상의 온기와 달리 실상에서는 소득·자원 불균형이 커지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구조적 불평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차이신글로벌은 15일 분석기사에서 중국 제조업 부문에 단기적인 호재가 나타났으나 성장 지표의 내실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5월 중국의 수출은 달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데 이어 6월에는 27% 성장을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자물가지수(PPI)의 하락세가 일단락되고 전자 및 반도체 업종의 기업 이익은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공업정보화에 따르면 2025년 핵심 AI 산업 규모가 1조2000억위안(약 262조원)을 돌파하고 관련 기업 수가 6200개사를 웃돌았다. 관련 분야의 고정자산 투자도 급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세의 상당 부분이 물량 확대보다는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이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많은 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AI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출 증가가 수입 비용 동반 상승으로 이어져 실질 이득을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AI 기술이 중국의 실질 GDP에 미치는 효과가 단기적으로 제한적이며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누적 3.5%p 수준의 GDP 성장 기여분 역시 대부분 기간 후반부에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GDP 등 거시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소득과 자원 분배의 부작용이다.
AI 도입으로 신입 일자리와 중간 계층 직무가 사라지면서 청년층은 노동 시장 진입에 차질을 빚고 디지털 적응력이 부족한 장년층은 고용 불안에 내몰리고 있다. AI가 만들어낸 성과와 이득이 자본과 인프라 소유주에게 몰리며 자산 격차가 더욱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지역 간 불균형도 확대되고 있다. AI 산업에 필수적인 고도화된 기술 인력, 대용량 데이터, 막대한 전력 및 컴퓨팅 인프라가 대도시로 쏠리는 ‘빨아들이기 효과’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자원과 인재가 유출된 소도시들은 고용 창출 능력이 저하되고 부동산 경기 회복이 정체되는 등 경제적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구조는 중국 경제의 만성적 과제인 ‘공급 과잉 대 내수 부진’의 불균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AI 기술 도입으로 생산 효율성과 공급 능력은 높아지는 반면 고용 불안은 가계의 미래 소득 기대를 낮춰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중심축을 단순한 AI 기술 개발 보조금 지급에서 기술 전환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작용 관리로 이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본 집중 완화를 위한 조세 체계 개편과 근로자 임금 인상 및 재교육 실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와 함께 AI 대체세, 데이터 저작권세, 로봇세 등 새로운 과세 기반을 마련하고 기술 변화로 이탈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인적 자본에 대한 공공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