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혼외자 출생신고·8촌이내 혼인 무효조항 개정 추진하나

2026-07-21 13:00:26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개정 시한 넘긴 조항만 6개 … 법인약국 개설 금지도 23년째 공백

이 대통령 임신중지 의약품 사용방안 언급, 낙태법 개정 수면 위로

국회 법제실 “헌법 합치되도록 정비하는 것은 국회의 중요한 과제”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제출한 31명의 의원들은 “냉전체제의 해체와 남북 유엔 동시가입(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1992년) 이후에는 (국가보안법) 존속 근거가 사라졌다”며 “특히 제7조의 ‘찬양·고무·동조’ 조항은 개념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고, 내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제10조 불고지죄 역시 침묵할 권리를 부정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보안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정부는 광복 직후 형법이 마련되지 않은 비상시기에 좌익 폭동에 대응하기 위한 ‘임시조치법’이라고 설명했으나, 형법 제정 이후에도 폐지되지 않은 채 78년간 존속하며 권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평가했다.

또 “국가보안법의 대부분 조항은 이미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며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사회권규약위원회, 고문방지위원회 등 국제기구들도 반복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냉전시대 산물인 국가보안법은 이러한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인권 보장의 가치에 역행한다”며 “헌법이 평화통일과 국민주권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남북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토론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법인약국 개설을 금지한 약사법 조항은 2002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으나, 22대 국회 들어 개정 법안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외면받아 왔다. 헌법재판소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봤지만 별도의 개정 시한을 두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23년 여간 입법 공백이 이어지면서 법인약국은 개설되지 못하고 있다. 이 헌법불합치 조항은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해당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으로, 헌법불합치 상태가 사실상 지속된다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정한 개정 시한을 넘어선 사안은 6개다. 낙태죄 처벌(형법, 시한 2020년 12월), 보안관찰처분 대상자 무기한 변동신고 의무(보안관찰법, 2023년 6월),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무효(민법, 2024년 12월), 혼외자 출생신고 미규정(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2025년 6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2010년 6월), 2031~2049년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규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2026년 2월) 등은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졌지만 개정안이 마련되지 않아 효력을 상실했지만 후속 입법 논의마저 중단돼 있다. 22대 국회 들어 개정안까지 제출돼 있지만 민감한 부분들이 많아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낙태죄 헌법불합치에 따른 법 개정은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인 ‘미프진’의 안전한 사용 방안 마련을 관계 부처에 주문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성평등가족부, 법제처로부터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제도 공백과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 현황 등을 보고받은 뒤 “여성의 건강 상태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법으로 반드시 몇 주까지’라고 정하는 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워낙 예민한 사안인 만큼 관련 부처와 함께 안건을 준비해 다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장기간 법 공백 상태에 놓여 있던 낙태죄 관련 개정 방안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위헌 선고가 나온 정보위원회 회의 비공개(국회법), 대북 전단 등의 살포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한 조항(남북관계발전법), 군소정당 등록취소 및 정당 명칭 사용금지(정당법), 초·중등 교원의 정치단체 관여 및 가입 금지(국가공무원법),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 할당에 관한 저지 조항(공직선거법) 등에 대한 논의도 관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한 법률 조항들은 위헌 선고 즉시 효력이 중지됐지만 법률에 위헌 내용이 그대로 남아 있고 보완 대책마저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회 법제실은 “사회적 변화 등으로 법률의 일부 내용이 헌법의 정신과 취지에 맞지 않게 돼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받는 경우엔 헌법에 합치되도록 정비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국회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