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피해자 국회 증언 “법·제도 뜯어고쳐야”
한창민 “권력유지 도구 전락”
국가보안법 피해는 직업과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피해자 증언대회에 선 피해자들의 면면이 그렇다. 정보통신 사업가를 학생운동 전력을 이유로 ‘사이버테러 기획’ 혐의로 구속하고, 현직 교사에게 ‘북침설 교육’ 혐의를 뒤집어씌웠다. 제주의 사회활동가에게는 “눈빛을 교환했다”면서 간첩단으로 조작해 기소하기도 했다.
국회 한창민(사진) 의원과 손 솔 진보당 의원은 (사)양심수후원회 등과 함께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피해를 온 몸으로 겪은 피해자의 연속 증언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증언에서는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무죄나 일부 무죄를 받은 이들의 재판 과정, 국정원과 검찰 수사의 실태를 고발했다. 지난 6월에는 제주 4.3을 다룬 다큐멘터리 ‘레드헌트’가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상영작으로 선정됐지만 국내에서는 이적표현물로 국보법의 심판대에 서야 했던 모순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지난 2월에는 2023년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받은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의 이야기도 있었다. 인혁당 재건위 가족들과 IT사업가의 처절한 피해상도 고발했다.
한 의원은 신동훈 대표 증언 대회에서 “결론을 내놓고 완전히 조작하고 짜맞추기 한 사건이었다”면서 “2년 9개월이 걸려 비록 무죄가 확정됐지만 누가 이들의 잃어버린 삶을 책임질 것이냐”고 한탄했다.
그는 국정원과 경찰이 신동훈 대표에게 사과한 것을 반기면서도 “국가기관의 사과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77년간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권력 유지의 도구로 전락한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