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펫 산업, 선택과 집중의 시대
대한민국 경제는 그동안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핵심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글로벌 경제는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불안정 등 대외 환경의 변화는 특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국가 경쟁력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산업 생태계를 다각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 산업은 단순한 소비 시장을 넘어 차세대 국가 전략 산업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식품, 바이오,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는 특성 덕분에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펫푸드 수출은 800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정부도 내년 5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와의 검역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북미 시장 진출의 기반이 마련된 것은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품질과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다.
수출에 승부 건다
그러나 급성장하는 시장이라고 해서 모든 분야를 동일한 비중으로 육성하는 방식은 한계가 명백하다. 한정된 재원과 역량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과 파급효과가 높은 핵심 분야를 선별하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단연 펫푸드 산업이 자리한다. 펫푸드는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에 걸쳐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핵심 시장이며, 기능성 사료와 맞춤형 영양식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세계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여전히 개척해야 할 여백이 큰 초기 단계다. 지금이야말로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골든타임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지원보다 수출 주도형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국가별 소비 트렌드와 규제를 면밀히 분석하고 국제 인증 획득,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 물류 경쟁력 제고, 해외 유통망 다변화 등 수출 성과와 직결되는 영역에 정책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될 때 K-펫 산업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인재가 미래다
산업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융합된 현장 맞춤형 실무 인재 양성이 필수다. 교육 현장 역시 펫푸드 개발, 헬스케어, 창업 및 디지털 기술 등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고도화돼야 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유연하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현장과 교육의 선순환 체계가 구축될 때 산업 경쟁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결국 K-펫 산업의 미래는 모든 가능성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데 있지 않다. 펫푸드와 반려동물 헬스케어를 아우르는 경쟁력 있는 핵심 축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든든하게 뒷받침할 전문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된다면 K-펫 산업은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도 수출 확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